본문 바로가기

[이영아의 여론女論] 30년대판 ‘사마귀 유치원’

중앙일보 2011.12.22 00:00 종합 37면 지면보기
이영아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명사(名士)가 되자면! 아주 썩 쉬운 길이 있다. 해외― 특히 서양이나 중국에를 한번 다녀와야 한다. 속으로는 호박씨를 까도 겉으로만 사회를 위하노라고 소리를 빠락빠락 질러야 한다. 집회에는 요릿집과 한가지로 자주 출입을 하고 신문사 측은 반드시 친해 두어서 여행을 할 때 소식란에 들어야 하고 양행이나 혹 일본행 하는 사람의 전송 또는 환영회의 발기인이 되어야 한다. 웬만하면 이사나 중역쯤 한 개 따두면 더구나 좋다. 그래 놓으면 아무리 죄악이 있어도 바로 대고 욕을 하지 못한다. 이것이 가(假)명사 제조의 유일한 비결이다.”(‘대대풍자 사회 성공 비술(秘術)’, 『별건곤』, 1930.1)



 최근 모 국회의원의 고소 사건 이후 한층 유명해진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이라는 콩트 코너가 있다. 이 코너에서는 개그맨 최효종이 “○○ 되는 것, 어렵지 않아요~!”라는 유행어로 시작해 사실은 ‘진짜 어려운’ 한국 사회의 암울한 현실이나 부조리 등을 풍자한다. 그런데 위의 인용문과 같이 1930년대에도 ‘사마귀 유치원’의 유행어를 떠올리게 하는 풍자 칼럼이 존재했다.



 ‘대대풍자 사회 성공 비술’이라는 제목을 단 이 글에서는 문인 되는 비결, 미인 되는 비결, 명기자 되는 비결, 연애 성공 비결, 돈 모으는 비결, 소년 지도자 되는 비결, 신여성 되는 비결, 학박사(學博士) 되는 비결, 사회 중역 되는 비결, 명사 되는 비결, 남편이 첩 안 두게 하는 비결, 사회주의자 되는 비결, 잡지 경영의 비결, 실연(失戀)병 낫는 비결 등이 적혀 있다. 그리고 그 방법들이 ‘어렵지 않다’고 말하면서 세상의 부패·비리·꼼수들을 완곡히 비판한다. 위의 인용문처럼 명사가 되기 위해서는 외국 좀 다녀오고, 위선적인 발언과 행동을 하고, 언론 플레이를 하는 등의 방법을 쓰면 된다는 반어적인 표현도 그런 의도다.



 그 외에 이 칼럼에서 풍자하고 있는 대상들을 몇 가지 더 들어보자. 문인이 되려면 원고를 마구 써서 신문사·잡지사에 계속 보내고, 시는 날씨나 계절에 대한 감탄과 연애 고민을 담고 소설은 그저 개념만 쭉 설명하면 된다고 말한다. 미인이 되고 싶은 여성은 선정적인 제목 뽑기에 능한 신문들이 ‘미인의 투신자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쓰도록 자살극을 벌이라고 한다. 명기자는 명함이나 하나 파서 돌아다니며 기자 신분의 권력을 남용하면 되고, 돈을 벌려면 미두(米豆)나 금광 같은 투기성 사업에 도전해 보라고 권한다. 이러한 대목들은 80년 전의 글이지만 ‘사마귀 유치원’의 상황이나 수사법과도 유사해 보인다.



 단, 이 글이 ‘사마귀 유치원’과 다른 점은 각 대상에 대한 풍자 글의 말미에서 다시 직설을 덧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진정한’ 명사·문인·미인·명기자·부자 등은 사실 저런 허황되거나 부당한 방법이 아닌 정공법으로 노력해야 될 수 있다고 말이다.



이영아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