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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과 중국, 전략적 동반자 맞나

중앙일보 2011.12.22 00:00 종합 38면 지면보기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이라는 한반도 정세의 중대 변수가 생겼는데도 한국과 중국 정상이 통화를 못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전화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안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이 공식 발표된 직후 이 대통령은 미국, 일본, 러시아 정상들과 연쇄 전화 접촉을 가졌다. 중국 측에도 통화 의사를 전달했지만 성사가 안 됐다. 한반도 주변 4강 중 유일하게 중국하고만 정상 외교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대중(對中)외교의 높은 벽을 새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교부는 중국이 핫라인을 통한 정상 간 통화 외교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 크다고 설명하고 있다. 포스트 김정일 체제에 대한 확실한 입장 정리가 안 된 탓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상 간에는 통화가 안 이루어졌지만 외교장관끼리는 전화로 긴밀히 협의했다는 말도 한다. 그렇더라도 한국 정상이 통화를 원한다는데 중국이 굳이 외면하는 태도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을 무시하는 오만한 처사로 비쳐져 좋을 게 없을 테니 말이다.



 한국은 북한 문제의 첫 번째 당사국이다. 북한의 변화로 한반도 정세가 흔들릴 경우 1차적 피해 당사자는 한국이고, 그다음은 중국이다. 그런 만큼 북한 최고지도자 유고 사태를 맞아 이해 당사국인 한·중 정상이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북한 새 지도체제의 안정화를 위한 상황 관리와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통제 문제 등 한·중 정상 간에는 협의할 일이 많을 것이다.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중국 정부는 한반도의 안정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대통령의 통화 요청에는 응했어야 한다. 더구나 한·중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다. 바로 이럴 때 긴밀히 상의하고 협력하자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것 아닌가. 그런데 말과 행동이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G2’가 되더니 중국이 오만해졌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고압적 태도는 이번만이 아니다. 우리 수역에서 불법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 선장이 한국 해경을 살해했는데도 사과 한마디 없었다.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 때도 도발을 감행한 북한을 두둔하기에 바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 대접받길 원한다면 그에 걸맞은 금도(襟度)를 보여야 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인 우리 입장에서 대중외교가 쉬울 리 없다. 어제오늘의 문제도 아니다. 그렇더라도 지금처럼 대중외교가 꽉 막힌 적은 없다. 중국의 힘이 커진 탓도 있지만 이 정부 들어 지나치게 미국 중심의 편중 외교를 해온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유연성과 담을 쌓은 대북정책으로 북한에 대한 지렛대를 완전히 상실한 점도 대중외교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무엇이든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좋다. 외교에서도 균형이 중요하다. 수렁에 빠진 대중외교를 살려낼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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