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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말린 스텝 스윙 … 그녀에겐 최종병기

중앙일보 2011.12.20 00:47 종합 30면 지면보기


김혜윤(22·비씨카드)은 주니어 시절 튀지 않는 선수였다. 그는 “몸이 운동 체질이 아니었어요. 운동을 조금만 게을리해도 바로 일반인처럼 말랑말랑한 살이 돼 버려요. 키(1m63㎝)도 크지 않고 체력도 약한 편이죠.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라면서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선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18일 끝난 KLPGA 투어 2012년 시즌 개막전 현대 차이나레이디스오픈에서 우승했다. 2008년 투어 데뷔 후 벌써 4승째다.

KLPGA 개막전 2연속 제패, 통산 4승 김혜윤



 김혜윤은 드라이브샷 거리가 200야드가 약간 넘는 수준이다. 중학교 때부터 골프백을 메고 아파트 20층을 매일 다섯 번씩 왕복했지만 거리는 잘 늘지 않았다고 한다.



 “주니어 시절부터 또래보다 비거리가 짧아 고민이 많았어요. 어떻게 하면 비거리를 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고1 때부터 스텝 앤드 고 스윙을 시도했죠. 처음엔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효과를 많이 보면서 그런 마음을 접었어요.”



 ‘스텝 앤드 고(Step and Go)’는 일명 스텝 스윙으로 불린다. 어드레스 때 양발을 붙이고 있다가 백스윙 때 오른발을 타깃 반대방향으로 디디고, 다운스윙 때는 왼발을 내딛는 특이한 스윙이다. 원래 이 동작은 원활한 체중이동을 위한 훈련 방법으로 개발됐다. 이를 실제 경기에서 쓰는 선수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김혜윤이 유일하다.



김혜윤의 ‘스텝 앤드 고’ 드라이브샷. ① 어드레스 때 양발을 붙이고 섰다가 ② 테이크백 때 오른발을 타깃 반대 방향으로 디디고 ③ 백스윙한 뒤 ④ 왼발을 내디디며 다운스윙을 시작하고 ⑤ 체중 이동으로 강한 임팩트를 만들어 친다. ⑥ 임팩트 이후와 피니시 자세까지는 일반 드라이브샷과 같다. [사진=조원범(프리랜서)]


 다운스윙 때 왼발을 내딛는 지점이 원래 목표 지점보다 조금만 달라져도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갈 위험이 있다. 긴장감이 가득한 실제 경기에서 이 방법으로 스윙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골프 교습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김혜윤은 훈련으로 이를 극복했다. “미스 샷을 줄이기 위해 수백만 번쯤 스윙을 했을 것”이라고 김혜윤은 말했다. 요즘은 이전보다 폭을 좀 줄인 스텝 스윙으로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그래도 김혜윤은 단타자 축에 끼인다. 김혜윤의 2011년 시즌 드라이브샷 평균 비거리는 236.22야드로 68위다. 그가 4승이나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쇼트게임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김혜윤은 KLPGA 투어에서 ‘쇼트게임 귀신’으로 통한다.



 김혜윤은 아이언 샷의 그린 적중률도 66.23%로 중하위권(58위)이지만 어떻게 해서든 파 세이브를 해낸다. 쇼트게임을 마술봉처럼 쓴다. 그린 위에서는 더 좋다. 평균 퍼팅 수 29.57개로 1위다.



 J골프 박원 해설위원은 “김혜윤은 훈련장에서 샷을 할 때 어떻게 공을 똑바로 보낼까 걱정되는 샷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골프장에 나가면 어떻게든 좋은 성적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다”며 “노력으로 매번 새로운 지평을 열어온 김혜윤의 골프는 꾸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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