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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안 흔들린다 … 해외에 자신감 보여라

중앙일보 2011.12.20 00:25 경제 1면 지면보기
시장이 놀랐다. 김정일 사망 소식 때문이다. 불안감에 경제계 원로들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홍재형·이헌재. 위기와 정면 승부를 해본 전 경제 수장들이다. “떨지 마라. 우리 경제는 생각보다 강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급변사태 경험했던 경제 수장들의 긴급 조언
신뢰있는 인물 나서서 통일된 목소리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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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사망 때 재무부 장관 홍재형



홍재형 전 재무부 장관
“동요할 필요 없다. 환율, 주가, 생필품 동향. 세 가지 지표만 확실히 챙기면 된다.”



 홍재형 국회 부의장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에도 담담했다. 19일 예정됐던 지역구(청주) 행사도 일정대로 소화했다. 그는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이 숨졌을 때(1994년 7월) 재무부 장관이었다. 홍 부의장은 “국방이든 경제 분야든 동요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94년에도 금융시장이 잠깐 흔들렸지만 곧바로 안정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시 조문 문제로 사회적 논란이 지속됐지만, 경제적으로는 굳이 위기 대책이란 걸 내놓을 필요가 없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는 것이다.



 94년 당시 홍재형 재무부 장관과 정재석 경제기획원 장관이 이끌었던 경제팀은 정책의 중심을 잃지 않았다. 유류세 인하, 중소기업 지원 확대 등 예정됐던 정책을 그대로 시행했다. 한편으로는 생필품 사재기와 기업들의 가격 담합을 점검했다. 김 전 주석 사망 열흘 후에는 남북 경협 확대를 골자로 하는 ‘경제 국제화 기본 방향’을 발표해 남북 간의 경제적 긴장을 완화시켰다. 홍 부의장은 “지금도 다를 게 없다”며 “미국·중국 등은 한반도의 혼란을 절대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우리 관료들이 준비도 잘 돼 있으니 국민이 믿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민주당) 국회의원이지만 정부의 실력을 믿으라는 메시지다.



김영훈 기자





◆홍재형=후배 관료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94년 7월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북한의 후계구도”라고 분석했다. 당시는 김정일 후계체제가 확실했던 반면, 지금은 후계구도가 어느 정도 확실해졌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후계구도 미비에 따른 북한 군부의 돌발 행동을 꼽았다. 그는 “3대 지표를 중심으로 시나리오별 대응 태세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부의장으로서 국회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국회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탄핵 때 경제부총리 이헌재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한국 경제는 이만한 일로 흔들리지 않는다. 대내외에 자신감을 보여줘라.”



 ‘위기 해결사’ 이헌재(67) 전 부총리는 김정일 사망과 관련해 “통일된 목소리로 확고한 신뢰를 심으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경제부총리로 위기 관리의 정석을 보여줬던 그다.



 이 전 부총리는 “우선 통일 비용에 대한 시장의 걱정을 잠재우라”고 조언했다.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북한 정권이 붕괴되면 한국이 경제적 부담을 모두 짊어지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확산하면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일 비용이 갑자기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는 “향후 북한 정치체제가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겠지만, 최악의 경우 우리가 북한 주민 2000만 명을 다 먹여 살린다고 치더라도 한 해 100억 달러면 감당할 수 있다”며 “당분간 통일 비용이 집중적으로 들어갈 일은 없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별로 대응 방안을 세우고 이를 대내외에 발표하면 근거 없는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4년 탄핵 사태 당시 그는 발 빠른 대응으로 시장 불안을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탄핵안이 통과된 3월 12일 밤에는 국제통화기금(IMF)과 3대 국제 신용평가기관, 해외 금융기관 등 1000여 곳에 본인 명의로 e-메일을 보냈다.



임미진 기자





◆이헌재=“한국 경제의 기초는 여전히 강하다. 정치 불안은 일시적인 만큼 투자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4월 22일부터는 직접 홍콩·런던·뉴욕을 돌며 투자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였지만 당시 금융 시장은 사나흘 만에 안정세를 보였다.



 이 전 부총리는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소집해 대응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외환 대책이 중요한 만큼 ‘외환 통제’를 포함한 비상대책(contingency plan)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시장에 제대로 메시지를 주려면 중구난방 말고 신뢰감을 주는 인물이 나서 정부의 통일된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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