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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반 보석 나승연…초보 야통 류중일…7초 전사 정찬성

중앙일보 2011.12.19 00:58 종합 14면 지면보기
나승연 [연합뉴스]
‘더반의 보석’ 나승연 평창 겨울올림픽유치위 대변인의 인생은 올해 7월 6일 남아공의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전과 후로 나뉜다. 그의 영어·프랑스어 프레젠테이션은 IOC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날 자크 로게 IOC위원장은 개최도시로 ‘평창’을 호명했다.


[새뚝이 2011] ① 스포츠
IOC 녹인 유창한 PT, 겨울올림픽 유치 큰 몫
나승연 평창 유치위 대변인

 한 외신기자는 “‘평창의 보석’ 테레사(나 대변인의 영어이름)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대박 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정계 입문설까지 돌았다. 하지만 그는 광고모델로 얼굴을 잠깐 내밀었을 뿐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그는 변함없이 차분하고 친근하다. 근황을 묻자 “더반 이후의 인생이 너무 달라져 적응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며 웃었다.



 “평창은 제 인생을 바꿨습니다. 훌륭한 분들과 한 팀으로 일하면서 저 스스로 성장할 수 있었어요. 한국인이라는 자부심도 한결 더 강해졌고요. 서울올림픽이 그랬듯 평창올림픽이 모든 국민을 하나로 모으고 한국의 발전상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더반에서 돌아온 뒤 반 년 동안 그의 1순위는 가족이었다. 유치 활동을 하는 동안 지구를 열 바퀴 넘게 돌았고, 남편은 물론 다섯 살 난 아들과도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그는 “이젠 집에 같이 있을 수 있다고 가족들이 좋아합니다”고 했다.



 내년 초엔 평창유치위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영어 프레젠테이션 기법에 대한 책도 낼 예정이다.



전수진 기자



류중일 삼성 감독  사령탑 첫 해 한국 이어 아시아시리즈까지 평정



류중일
2011년 프로야구는 ‘초보 사령탑’ 류중일(48) 삼성 감독이 평정했다. 삼성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한국시리즈마저 제패해 2006년 이후 5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한국과 일본·대만·호주 등 4개국 프로리그 챔피언이 참가하는 아시아시리즈에서 한국팀 최초로 우승했다. 류 감독은 ‘야구 대통령’이란 별명을 얻었다.



 류중일 감독은 선동열 전 감독의 사임으로 올해 1월 갑작스럽게 사령탑에 올랐다. 선 감독이 2005년부터 6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 2회, 준우승 1회 등의 성과를 남겼지만 삼성은 프랜차이즈 스타가 새 바람을 불어넣길 원했다. 24년 동안 삼성에만 몸담은 류 감독은 적임자였다.



 류 감독은 1987~99년 유격수로 활약하며 골든글러브를 두 번 수상했다. 2000년 은퇴, 수비·주루·작전 코치를 두루 거치며 경험과 실력을 쌓았다. 김응용 전 삼성 사장은 “내가 삼성 감독일 때 주인의식이 있는 코치는 류중일뿐이었다. 선동열 감독이 관뒀을 때 누가 감독이 되나 걱정했는데 (류 감독이 부임해) 다행이다 싶었다”고 했다.



 류중일 감독은 승부에는 무섭게 집중하고 선수들에게는 스스럼없이 다가가며 감정을 숨기지 않는 인간적 면모로 독특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는 “감독 되고 ‘저 사람 바뀌었네’라는 말을 가장 듣기 싫었다. 선수·코치와 함께 호흡하고 싶었다”고 했다.



 두려움 속에 출발한 류 감독은 더 이상 초보가 아니다. 삼성은 막강 투수진이 건재하고, 이승엽이 일본에서 돌아와 타선도 강해졌다. 류 감독은 “2010년대 프로야구는 삼성이 지배할 것”이라며 “올해 우승으로 선수들 모두 자신감을 얻었다.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빠지지 않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김우철 기자



종합격투기 정찬성   매번 충격적 기술로 세계적 강자 차례로 뉘어



정찬성
종합격투기 선수 정찬성(25·코리안탑팀)은 스포츠 팬들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됐다.



 데니스강·추성훈·김동현을 통해 존재를 알린 한국 종합격투기는 정찬성으로 인해 존재감이 뚜렷해졌다. 정찬성은 종합격투기의 메이저리그인 ‘UFC’에서 올해 2승을 거뒀다. 매번 ‘충격적인 승리’였다. 아무도 못해낸 기술을 성공시키고, 세계 최고 수준의 강자를 녹아웃시켰다.



 UFC의 경기장인 ‘옥타곤’은 콜리시엄을 연상시킨다. 거기서 벌어지는 경기는 간단한 사실 하나만 묻는다. 누가 더 강한가. 정찬성은 승승장구했다. 지난 14일(한국시간) 미국 종합격투기 매체 ‘MMA위클리’는 정찬성을 가장 강한 페더급 선수 열 명 가운데 한 명으로 꼽았다.



 1960~70년대, 한국인은 김기수와 홍수환과 유제두에 열광했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은 누구나 전사였다. 삶이라는 이름의 도망갈 수 없는 링에서 가난과 죽느냐 사느냐를 놓고 격투를 벌였다. 김기수와 홍수환과 유제두는 아이콘이었다.



 정찬성은 2010년대 버전의 아이콘이다. 서민들은 더 강한 상대를 맞았다. 팍팍한 현실, 불가능, 좌절, 불안과 글러브를 맞댔다. 지난 3월 26일, 정찬성은 한 차례 대결에서 자신을 이긴 가르시아에게 복수했다. 트위스터라는, 빨래를 쥐어짜는 듯한 새 기술로 항복을 받았다.



 지난 11일에는 강타자 마크 호미닉을 7초 만에 때려뉘었다. 적지인 캐나다에서. 홈 관중의 야유에 굴하지 않고 포효하는 그의 모습은 남아공 더반에서 “엄마 나 참피온(챔피언) 먹었어”를 외친 홍수환을 닮았다. 격투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기뻐했음직한 2011년 최고의 명장면이다.



장주영 기자



◆새뚝이=기존의 장벽을 허물고 새 장을 여는 사람을 말한다. 독창적인 활동이나 생각으로 사회를 밝히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들이다. 중앙일보는 1998년부터 매년 연말 스포츠·문화·사회·경제·과학 분야에서 참신하게 일한 인물들을 새뚝이로 선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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