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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벨벳 혁명’ 영웅 하벨 별세

중앙일보 2011.12.19 00:47 종합 16면 지면보기
18일 별세한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오른쪽 앞)이 1990년 6월 프라하에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프라하 AP=연합뉴스]
1980년대 동유럽 민주화의 큰 걸음을 내디뎠던 바츨라프 하벨(Vaclav Havel) 전 체코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7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의 비서인 사비나 단체코바는 성명을 통해 “하벨 전 대통령이 이날 오전 체코 북부에 있는 주말용 별장에서 잠을 자다가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체코 국영TV는 “오랫동안 지병이 있었던 하벨이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하벨은 96년 폐암 수술을 받은 후 후유증에 시달려왔다.


동유럽 민주화 큰 별 지다

 하벨은 89년 체코슬로바키아를 소련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한 ‘벨벳 혁명’을 이끈 동유럽 민주화의 큰 별이다. 동유럽에서 공산주의 체제를 종식시키고 민주주의 싹을 틔운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89~93년에는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을 지냈으며 93년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된 직후 체코의 대통령에 올라 2003년까지 연임했다.



 동유럽의 민주화에 헌신한 공로로 하벨은 노벨 평화상 후보에 여러 차례 오르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 자유 메달 등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상도 여러 번 수상했다.



 그러나 그의 성장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36년 프라하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48년 공산정권이 들어서자 집안 배경 때문에 공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야간학교를 나온 그는 극장에서 무대 담당자로 일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희곡을 집필해 촉망받는 극작가로 떠올랐으나 반체제적인 내용 때문에 당국에 의해 상연금지를 당했다. 그는 68년 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이 소련군에 의해 좌절된 후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77년에는 ‘인권 선언문 77조 헌장’을 공동 집필하면서 서방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 같은 반체제 운동으로 인해 4년 이상 투옥되기도 했다. 89년 1월 시위 도중 또다시 체포됐으나 국내외의 압력으로 그해 5월 석방됐다. 같은 해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들이 붕괴하기 시작했고 하벨은 반체제 연합인 ‘시민포럼’을 조직해 체코슬로바키아에서 공산정권을 몰아냈다.



  그는 생전에 “진실과 사랑은 거짓과 증오를 이긴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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