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태국 국왕 ‘불경죄’ 국제문제화

중앙일보 2011.12.19 00:46 종합 18면 지면보기
푸미폰 국왕
태국 왕실에 대한 불경죄(不敬罪) 문제가 국제화되고 있다.


국왕 생애 다룬 ‘금서’ 인터넷 올린 태국계 미국인 2년6월형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 등에 따르면 태국 형사법원은 지난 8 일 태국계 미국인 남성 조 고든(55)에게 불경죄를 인정해 금고 2년6월형을 선고했다. 현 푸미폰 아둔야뎃(84) 국왕의 생애를 다룬 책을 태국어로 번역해 인터넷에 올린 혐의다. 이 책은 태국 내에서 금서로 지정돼 있다. 이 남성은 치료차 지난 5월 태국에 입국하다 체포됐다.



 판결 직후 크리스티 케니 주태국 미국대사는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한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UNHCHR)도 9일 이번 판결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미국을 거들었다.



 판결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일부 태국인은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했다. 16일 주태국 미국대사관 앞에서는 성난 태국인들이 “미국대사는 입을 다물라”며 시위를 벌였다. 태국 내 반발이 거세지자 미국대사관은 “미 정부는 태국의 군주제·왕실·문화를 존중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태국 형법에는 ‘왕실 불경죄’라는 게 있다. 신이나 다름없는 푸미폰 국왕을 비롯, 왕비·왕위계승자 등 왕가를 모욕하는 행위에 대해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금고 3~15년형에 처할 수 있는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모욕’의 범위나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태국 내에서는 2006년 군부 쿠데타로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실각시킨 반(反)탁신파 정부가 불경죄를 자의적으로 확대 적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지난 8월 총선 후 탁신의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이 집권한 뒤에도 엄격한 판결은 이어지고 있다. 15일에는 2008년 탁신파 집회에서 반왕실적 연설을 한 혐의로 한 언론인이 15년 금고형을 받았다. 또 다른 태국인은 휴대전화로 왕실을 모욕하는 메시지 4건을 송신한 혐의로 20년 금고형에 처해졌다.



허귀식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