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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궁금한 바닷속, 글라이더로 손바닥 보듯 탐사

중앙일보 2011.12.19 00:26 경제 13면 지면보기
바다는 신비의 세계다. 인류는 수많은 물고기와 생물이 살고 있는 바닷속 탐사를 진행 중이다. 깊이가 1000m 넘는 바닷속의 비밀을 한눈에 알아볼 수는 없을까. 바닷속을 오르내리며, 수온과 플랑크톤, 해양 생태계는 물론 해저 지형을 탐사하는 장비가 있다. 바닷속을 손금 보듯 자세히 꿰뚫어 볼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해양 탐사 장비인 수중 글라이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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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중 글라이더는 한국해양연구원이 올 들어 미국에서 처음으로 3대를 도입해 동해에서 시범 운용에 들어갔다. 올봄에 경북 울진군 후포에서 출발해 울릉도까지 114㎞ 편도 항해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최대 수심 200m까지 1408번 잠수와 부상을 반복한 끝에 86시간 만에 도달했다. 그러면서 바다 수면은 물론이고 수심별 해수 온도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었다. 시범 결과는 한국해양연구원 박요섭 박사가 16일 대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열린 ‘기초기술연구회-국방과학연구소 워크숍’에서 소개했다.



 수중 글라이더는 미국과 프랑스·중국 등이 개발해 해양 탐사와 군 정찰 등 다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과 활용 측면에서 보면 수중 글라이더는 초기 단계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여러 활용 목적 중 해양 탐사용으로 도입했다.



한국해양연구원이 도입한 기종 중 하나인 미국 ‘슬로컴’수중 글라이더. 실험을 위해 바다에 넣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 제공]
 우리나라를 비롯한 열강들이 수중 글라이더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은 기존 무인 잠수정이나 잠수함 등과 다른 독특한 장점이 있어서다. 수중 글라이더는 길이 3m 내외, 지름은 20~50㎝의 원통형 또는 유선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정지해 있을 수도 있지만 운항을 한다고 해도 최대 시속 1~3.6㎞로 느리다. 동력을 적게 사용해 한번 바다에 넣어 놓으면 배터리 재충전 없이 한 달 넘게 돌아다닐 수 있다. 모선(母船)이나 인공위성으로 조종하고, 탐사 데이터를 조종센터에서 수신할 수 있다. 가격은 대당 2억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잠수 원리는 수면에서 수중 글라이더 내부에 있는 부력 조절용 공기를 뒤쪽으로 하면 무게 때문에 35도 각도로 동력 없이 자동으로 잠수한다. 떠오를 때는 부력 탱크를 앞머리 쪽으로 옮기면 된다. 물론 잠수와 부상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수중 글라이더는 물속과 수면을 산과 계곡을 오르내리는 듯한 궤적을 그리며 이동한다. 동력은 수면에서 잠수하거나 수중에서 떠오르기 위해 부력을 조절할 때만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배터리 소모가 적다.



 상용 글라이더 중 미국 업체 블루핀 로보틱스가 개발한 ‘스프레이 글라이더’는 최대 1500m까지 잠수하면서 한 번 배터리 충전으로 300일 동안 운항하기도 했다. 미국 룻거대학은 지난해 자체 개발한 수중 글라이더로 대서양을 횡단하는 기록도 세웠다.



 박요섭 박사는 “수중 글라이더에 플랑크톤이나 수온 측정기, 방사능 측정기, 대(對)잠수함 탐지기, 기뢰 탐지기 등 다양한 탐지기를 부착해 운용할 수 있다”며 “수십~수백 대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면 광활한 바닷속을 그물망 형태로 나눠 관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용으로 사용하면 수중에 ‘초병’을 순찰 돌게 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미군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수중 글라이더에 방사능 측정기를 부착해 일본 근해의 방사성물질 유출을 측정했었다. 분쟁지역 해역에는 정기적으로 수중 글라이더를 가동하고 있기도 하다.



 수중 글라이더는 해류가 빠른 바다에서는 사용하기 곤란하다. 물살에 떠내려가 버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동해와 남해에서 사용하기 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수중 글라이더 부력 조절만으로 바닷속을 움직이는 무인 탐사 장비를 말한다. 길이는 3m 내외로 주로 원통형·유선형이다. 본체에 관측하고자 하는 센서만 부착하면 용도가 바뀐다.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본체와 수온 차를 이용한 전력 생산, 파도의 힘을 이용해 이동할 수 있는 글라이더도 개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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