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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정명훈 연봉 오해 … 서울시향 왜 침묵하나

중앙일보 2011.12.19 00:07 종합 31면 지면보기
강기헌
문화부문 기자
지난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 로비에서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의 ‘3분 기자회견’이 열렸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재계약을 합의하고 나서 마련된 기자회견이었다. 기사거리가 되는 일이라 기자들 10여 명이 1시간 넘게 오찬장 밖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던 중이었지만 정작 기자회견은 속전속결로 끝났다.



 기자들의 질문에 두 차례 입을 연 정 감독은 서울시향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입구를 빠져나갔다. 한 달 가까이 온·오프라인을 달군 정 감독 20억 연봉 논쟁에 비하면 기자회견은 허무할 정도로 짧았다. 그것마저도 박 시장이 절반을 쓴 터였다.



 이런 이유로 정 감독이 에쿠스 승용차에 올라타기 직전까지도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그가 질문에 대답하려던 순간 서울시향 관계자가 “나중에 시간을 따로 잡아 질문을 해달라”며 가로막았다.



 세종문화회관 4층 서울시향 사무실에서도 기자와 서울시향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정 감독이 사무실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는 기자에게 “연습에 방해가 된다”며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사실상 시민들과의 소통을 포기한 셈이다.



 서울시향은 정 감독의 연봉 논란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해명도 시인도 하지 않은 채 침묵 모드를 유지했다. 사람들의 입에서 서울시향은 사라지고 정 감독만 남았다.



 이런 가운데 트위터에서는 사실이 아닌 일방적인 주장만 넘쳐났다. ‘사실’이라는 체에 걸러지지 않은 오해만 확대 재생산됐다. ‘정 감독이 매년 20억을 받았다’ ‘내년 연봉이 7억원 줄었다’ 등이 대표적이다.



 정 감독이 1년에 2억4000만원의 기본급을 받고 1회 지휘수당으로 4200만원을 지급받은 것이 정확한 사실이다. 지난해에는 지휘횟수가 많아 20억원을 받아갔지만 2008년에는 상대적으로 적어 13억원을 받아갔다. 내년 연봉은 아직 결정돼지 않았다. 다만 일년에 10회 이상 연주하기로 합의해 최소 7억원 정도 받아갈 것으로 보인다. 지휘 횟수는 전적으로 정 감독에게 달렸다.



 정 감독의 연봉 논란은 아직 ‘휴화산’이다. 시민들이 제기한 문제점에 정 감독이나 서울시향 차원의 정확한 해명이 없는 이상은 그렇다.



비록 독립된 법인이지만 서울시향이 매년 100억원이 넘는 세금을 지원받는 만큼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점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으로서 해명이나 입장을 내놓을 의무가 있다. 서울시향이 “그만큼의 연봉을 주고서라도 정명훈이 꼭 필요하다”며 시민들을 간곡하게 설득했다면 논쟁의 방향도 시향의 발전이라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강기헌 문화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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