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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 벤치마킹 … 말 산업 클러스터 만들겠다

중앙일보 2011.12.19 00:02 경제 6면 지면보기
장태평 한국마사회장
한국마사회는 공기업이다. 공기업은 시장이 못 하는 ‘공적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이다. 취임 한지 한 달을 앞두고 14일 경기도 과천시 주암동 마사회 사무실에서 만난 장태평(사진) 한국마사회장은 공기업의 기본은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기업이 공적 활동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임을 100%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장 회장은 “공기업의 모델이 되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는 “최고의 생태관광지로 탈바꿈한 남이섬의 성공사례를 마사회가 보유한 제주도와 전북 장수의 경주마 목장에 접목시키겠다”고 밝혔다. 지방 사업장에 독립채산제를 도입해 공기업에 경영마인드를 도입할 방침도 공개했다.


취임 한 달 장태평 한국마사회장



“돈 벌자는 게 아니라 가치 있는 기업이 되자는 것”이라고 했다. 60년 넘게 지켜온 회사 이름인 ‘한국마사회’도 좀 더 기업답게 바꾸고 싶어했다. 그는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내년까지 새 사명(社名)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장관 출신인 그를 아직도 ‘회장님’이 아니라 ‘장관님’으로 부르는 이들이 많다. 그 얘기부터 물었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출신이 산하 기관장으로 가서 주목받았는데.



 “말이 많았다. 장관 하던 사람이 산하기관장으로 가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직위의 고하보다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원래 농업의 경영화에 관심이 많았다. 경영과 혁신을 이해하는 농업인을 육성해 리더로 키우는 일을 중장기적으로 마사회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말산업을 키우면 농가 소득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 그동안 경마회사로만 알려져 지탄을 받아 온 회사를 말(馬)을 활용해 좋은 말(言) 듣는 회사로 바꾸고 싶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의 규제 일변도 정책이 경마산업 생존에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던데.



 “2007년 사감위 출범 이후 경마장·장외발매소 증설 억제, 매출총량제, 장외매출 비중 축소 등 공급 규제를 받고 있다. 말산업 육성을 위해선 경마산업 성장이 필요하다. 산업적 측면을 배제한 채 경마에만 규제가 과도하다. 합법 사행사업에 대한 관리감독은 주무부처 위주로 하고 사감위는 불법 사행사업 확산 방지에 권한을 집중시켜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장외발매소에 가 보면 건전 레저보다는 도박에 가깝다는 느낌이 많다. 회장님댁 앞에 장외발매소가 세워져도 괜찮다고 보나.



 “장외발매소는 사감위에 의해 총량제한을 받고 있어 추가로 설치할 수 없다. 건물 임차기간이 만료된 기존 장외발매소도 부정적 인식 탓에 이전이 쉽지 않다. 앞으로 장외발매소를 지역민 복지 증진을 위한 문화체육예술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 지역주민 친화시설로 개방해 운영하겠다.”



 -말산업육성법이 왜 중요한가.



 “마사회는 경마회사가 아니라 말과 관련된 산업을 종합적으로 이끄는 기업이 돼야 한다. 올해 ‘말산업육성법’이 제정된 만큼 말산업 육성에 힘쓰겠다. 무엇보다 시장을 만드는 게 관건이다. 말 수요를 늘리기 위해 경주용 말 생산을 승용마 생산으로 확대하고 말의 식용과 말기름, 말뼈 등의 부산물을 활용한 산업도 활성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말산업은 주로 경마 위주인 것 같다.



 “국민소득 향상에 따라 승마인구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 ‘올레길’ ‘둘레길’과 같이 기존 임도(林道·산길)를 활용해 ‘말 산책로’를 조성하겠다. 필요하면 마사회가 직접 말 체험장을 운용하면서 인근의 농어촌형 소규모 승마장들에 기술 지원을 하고 주말에는 제한적으로 경마를 중계할 수도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다시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말산업 클러스터’ 같은 새로운 개념의 말산업 인프라를 구축할 수도 있다.”



서경호 기자





◆장태평 회장=1949년 전남 무안생. 경기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77년 행시 20회에 합격해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미 쇠고기 수입 문제로 정운천 장관이 물러난 2008년 8월, 농식품부 장관에 임명돼 2010년 8월까지 2년간 일했다. 경제기획원 출신이지만 오랫동안 농업과 인연을 맺어 왔다. 2008년 국회에서 “내 유전자(DNA)에는 농업에 대한 애정이 녹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4~2005년 농림부 농업정책국장으로 일하면서 ‘농업 CEO’라는 개념을 처음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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