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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생각에 … ’이대호 6년째 독거노인에 연탄 배달

중앙일보 2011.12.19 00:00 종합 35면 지면보기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에 입단한 이대호가 지난 17일 부산 서구 까치 고개에서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연탄 배달을 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4일 연탄 배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할머님들이 따뜻하게 지내실 수만 있다면 연탄 배달쯤이야….”


롯데서 오릭스로 옮겼지만 봉사 계속
영하 7도 혹한속 팬들과 7시간 구슬땀

 팀은 부산 롯데 자이언츠에서 일본 오릭스 버팔로스로 바뀌었지만 이대호(29)의 연탄 배달은 올해도 계속됐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향한 손자의 따뜻한 마음이다.



이대호는 지난 17일 부산 서구 아미동 까치고개에서 독거노인들에게 ‘사랑의 연탄배달’을 했다. 팬클럽 회원들과 함께 한 연탄 배달은 지난 2006년부터 매년 이어져온 행사다.



 이대호는 당초 조촐한 행사를 바랐다. 좋은 취지의 개인 행사이니 만큼, 팬과 함께 조용히 치르고 싶었던 것. 그는 “언론매체가 몰려서 연탄 배달에 지장이 있을까 염려된다. 항상 그랬듯 팬클럽 회원들과 일정을 함께하고 싶다”고 밝힌바 있다.



 17일 부산의 최저기온은 영하 7도까지 떨어졌다. 날씨가 온화한 편인 부산치고는 혹한이다. 그래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대호는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꼬박 7시간 동안 구슬땀을 흘렸다.



‘사랑의 연탄 배달’은 돌아가신 할머니를 기리는 뜻에서 시작됐다. 세 살 때 아버지를 잃은 그는 친어머니가 재가하자 형과 함께 할머니 아래에서 컸다. 시장에서 된장과 반찬을 팔며 손자를 키워낸 할머니는 이대호가 경남고 2학년에 재학 중일 때 세상을 떠났다.



이대호는 항상 “성공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고생만 하시다 가셨다”며 가슴 아파하곤 했다. 그는 “일본에 진출했지만, 내년에도 계속 연탄 배달을 이어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할머니를 향한 효심은 등번호를 선택할 때도 묻어났다. 이대호는 지난 6일 부산에서 열린 오릭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52번이나 롯데에서 달았던 10번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52번은 할머니의 성함인 ‘오분이’에서 따온 것. 그는 “52번은 평소 달고 싶었던 번호였다. 대표팀에서도 달고 싶었는데, 김태균의 배번이어서 끝내 유니폼에 새겨넣지 못했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릭스에서도 원하는 등번호를 받기 어려웠다. 10번은 팀의 부주장인 오비키 게이지가 달고 있고 52번은 외국인 타자 아롬 발디리스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대신 ‘25번’을 희망했다. 일본 언론 스포츠니폰은 지난 17일 “오릭스가 이대호의 등번호 25번을 다는 것에 대해 최종 조정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현재 오릭스에서 25번은 드래프트 3순위로 입단한 신인 사토 타츠야가 달고있다. 구단 측이 숫자 ‘5와 2’에 애착을 보이는 ‘빅보이’를 위해 타츠야에게 양해를 구하고 25번을 이대호에게 넘기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대호는 “나는 외국인 선수 신분이다. 팀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등번호를 달고 싶다”며 몸을 낮췄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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