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트북을 열며] 알리, 노래로 사죄하라

중앙일보 2011.12.19 00:00 종합 38면 지면보기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조용진. 이제 27살이다. 사람들은 이 이름을 잘 모른다. 대신 ‘알리’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혜성처럼 등장한 애절한 가창력의 여자 가수.



 알리가 눈물을 흘렸다. “부디 노래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조두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자작곡 ‘나영이’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알리는 폭발하는 비난을 생각하지 못했을 게다. “(노래를 만든) 의도가 뭐냐. 장사하려는 거냐.”



 궁지에 몰린 가수는 차마 기억하기도 싫은 상처를 끄집어냈다. “나도 2008년 6월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나영이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 성폭행 범죄에 경종을 울리고 싶어 이 노래를 앨범에 수록했다.”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더 어렵다는 가수의 길. 가뜩이나 노래보다는 춤과 외모를 앞세운 아이돌이 가요계를 접수하는 상황에서 홀연히 등장한 노래하는 가수. 그는 천신만고 끝에 잡은 마이크를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치가 떨리는 악몽의 순간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성범죄는 인격 살인이다. 나영이도 알리도 한 번 살해된 셈이다. 이런 알리가 노래로 다시 태어나 꿈을 키워가다 나영이에게 큰 실수를 저질렀다. 알리는 이를 인정하고 공식사과했다.



 문제는 이를 받아들이는 일부 네티즌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다. 폭언과 비난의 정도를 넘어 저주 수준의 악다구니를 퍼붓는다. “재수 없다. 꺼져라.” “머리카락도 X같고, 행동도 X같다.” 이 정도는 준수한 편이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난무한다.



 사이버 스페이스는 익명의 공간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댓글을 달든, 트위터에 글을 올리든 모두 실명(또는 회원이름)이 공개된다. 글을 올리는 건 내 인격을 드러내는 것이다. 온라인일수록 예의와 절제가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이버 스페이스는 무뢰한들의 난장판이 됐다.



 이렇게 된 데에는 “쫄지마”와 같은 선동도 한몫했다. 부당한 권력에 겁먹지 말고 당당히 나가자는 게 ‘쫄지마’의 뿌리다. 이게 지금은 맹목적으로 남을 헐뜯거나 조롱할 때, 거짓을 퍼뜨릴 때 내세우는 가치로 둔갑했다. 용서와 이해는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찾기 힘든 덕목이다. 대신 막무가내 욕설과 비난은 넘친다. 이걸 일부 네티즌들은 쫄지 않는 자세로 여긴다. 트위터로 거짓말을 퍼뜨리고도 ‘진실’이라고 우기는 걸 쫄지마 정신이라고 칭송한다.



 이런 난장판이 된 사이버 스페이스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알리는 노래해야 한다. 그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치심 때문에 극단적인 생각도 했지만 견딜 수 있었던 건 음악 때문이었다”고 했다. 알리, 혼이 담긴 노래가 나영이에게는 진심 어린 사죄가 된다. 나영이 아버지도 “음반을 폐기했다니 고마울 따름”이라며 용서의 뜻을 내비쳤다. 알리, 눈물을 그치고 무대로 돌아가라.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