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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黑龍 흑룡

중앙일보 2011.12.18 10:34
동물과 관련된 많은 한자는 그 동물의 생김새를 본떴다. 토(兎)는 귀가 쫑긋한 토끼 모습을 본뜬 것이다. 귀(龜)에는 거북이의 발과 등딱지 모양새가 녹아 있다. 소 우(牛)는 소머리를, 양(羊)은 양머리를 본떠 만들었다. 물고기 어(魚)는 물고기의 머리와 몸통의 비늘, 그리고 꼬리에 이르기까지의 전체 생김새를 잘 유지하고 있는 글자다. 상상 속의 동물인 용(龍) 역시 상상 속의 모습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왼쪽의 입(立)과 월(月)은 용머리 부분을, 나머지 오른쪽 부분은 꿈틀대는 몸을 형상화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문헌에서 용의 모습은 아홉 가지 다른 동물의 생김새를 닮았다고 한다. 머리(頭)는 낙타(駝)와 비슷하고, 뿔(角)은 사슴(鹿)을 닮았으며, 눈(眼)은 토끼(兎)와 흡사하다. 그런가 하면 귀(耳)는 소(牛)와 유사하고, 목덜미(項)는 뱀(蛇)을 닮았으며, 배(腹)는 큰 조개(蜃)와 비슷하다고 한다. 또 비늘(鱗)은 잉어(鯉)를 생각하게 하고, 발톱(爪)은 매(鷹)의 그것과 다를 바 없으며, 주먹(掌)은 호랑이(虎)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용은 이처럼 다양한 동물의 장점을 모은 종합체이다 보니, 그 능력이 무궁무진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용은 물과 깊은 관계를 지닌 수신(水神)으로 숭배돼 왔다. 용궁(龍宮)이 존재하는 곳 또한 뭍이 아니라 물이 아닌가. 용은 제왕(帝王)과 최고(最高)를 상징하기도 한다. 임금의 얼굴은 용안(龍顔), 입는 의복은 용포(龍袍), 앉는 평상은 용상(龍床)이라 일컬어진다. 또 용은 사령(四靈: 龍·鳳·龜·麟)의 첫째 자리를 차지하며 길상(吉祥)의 상징이다. 용기와 비상, 희망을 나타내는 것이다.



내년은 임진년(壬辰年)으로 십천간(十天干) 중 검은색을 뜻하는 임(壬)과, 십이지지(十二地支) 중 용을 나타내는 진(辰)이 만난다. 60년 만에 찾아오는 흑룡(黑龍)띠 해로 신성한 기운을 가진 아기가 태어날 것이라는 속설이 있어 출산 붐이 예상된다.



업계는 2007년의 황금돼지띠 해, 2010년의 백호띠 해에 이은 또 한 차례의 출산 특수를 겨냥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식이 훌륭한 인물이 되기를 바라는 ‘망자성룡(望子成龍)’은 모든 부모의 꿈이다. 세밑 모든 부모가 용꿈 꾸시기를 기원해 본다.





유상철 중국연구소 소장 sc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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