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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오그라지는 뮤직비디오…혹시, K팝 패러디?

중앙선데이 2011.12.18 09:08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김수경의 시시콜콜 미국문화 : 한국 아이돌 짝퉁그룹 '하트투하트'

미국 MTV의 네트워크 채널인 MTV Iggy는 한국의 걸그룹 2NE1을 ‘세계 최고 신예 밴드(Best New Band in the Word)’로 선정하고<사진> 최근 뉴욕에서 축하공연을 열었다. 우연히 인터넷으로 공연실황을 보게 됐는데 엄청나게 열광하는 팬들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K팝이 세계적으로 유행이라는 기사를 더러 읽기는 했지만, 너무 자화자찬 같다는 기분이 들어 민망한 때도 솔직히 없지 않았다. 이날도 공연장을 찾은 이들이 대부분 한인동포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웬걸, 다양한 인종의 미국인들이 공연장을 정말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메웠고 심지어 한국말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사실 한국의 대중음악이 일본이나 대만, 동남아 등지에서 인기를 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뭐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지역이 가깝고 정서가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미국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그룹의 음악은 대부분 미국 팝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런데 그 본고장인 미국에서 인기를 끈다는 것은 그만큼 대단한 일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한국의 아이돌을 모방한 (것으로 의심되는) 남성그룹이 결성되기도 했다. ‘하트투하트(Heart2Heart)’라는 이름의 이 그룹은 다섯 명의 10대 후반~20대 초반 남성으로 구성돼 있다. 뮤직비디오를 본 미국인들은 하나같이 ‘K팝의 아류’라는 지적을 한다. 모두 똑같은 색의 옷을 입고 군무를 춘다는 점, 클로즈업 샷이 자주 나온다는 점, 멤버들이 아이라인 눈화장을 한다는 점 등등이 공통점으로 꼽혔다.



문제는 뮤직비디오에 비친 이들의 모습이 너무 유치하고 촌스러워 손발이 절로 오글거린다는 점이다. 어울리지도 않게 덩치는 산만 한 남성 멤버가 카메라 앞에서 윙크를 한다든가, 그 모습을 보고 여자들이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며 호들갑을 떠는 장면 등이 그러하다. 가사도 “너랑 나랑 사귀는 거 페이스북에 공개하자. 네 페이지에 하트문자 남기고 싶어” 등등 정말 유치찬란하다.



과거 ‘뉴키즈온더블록’이나 ‘백스트릿보이스’와 같은 보이그룹의 세계적 인기를 기억하는 미국인들에게는 이 그룹이 너무나 부끄럽고 창피할 따름이다. 이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혹평은 끊이지 않았고 심지어는 이 뮤직비디오가 K팝을 코믹하게 패러디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제2의 레베카 블랙’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레베카 블랙은 지난해 ‘프라이데이’라는 노래를 발표한 10대 소녀로, 그 노랫말과 뮤직비디오가 너무 유치해 각종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되는 등 엄청난 유명세를 치렀다. 심지어 이 소녀는 살해위협을 받아 학교도 자퇴해야 했다.



팝의 본고장에서 한국 아이돌을 모방한 댄스그룹이 나올 정도라니 그만큼 가요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생각에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가요, 특히 뮤직비디오의 어떠한 점이 이렇게 촌스러운 아류를 낳았는가에 대해서도 짚어볼 일이 아닐까. 허세 작렬의 남자주인공, 백치미 충만한 여자주인공이 만나고 헤어지고 싸우고 화해하는 그런 진부한 내용들로 가득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김수경씨는 일간지 기자로 근무하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유학하고 있다. 대중문화 전반에 폭넓은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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