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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소굴을 관통하는 탈북자들의 힘겨운 탈출 루트

온라인 중앙일보 2011.12.15 22:07
최근 중국 내 단속이 강화되면서 상당수 탈북자들이 태국을 향해 탈출 대장정을 감행한다고 JTBC가 15일 보도했다. 특히 이들은 치안이 취약한 마약 소굴,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을 탈출 루트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JTBC의 현지 취재로 확인됐다.



태국 방콕에서 북쪽으로 700㎞ 떨어진 치앙라이 지역. 태국과 라오스, 미얀마 국경이 접한 요충지다. 취재진은 이곳을 통해 태국으로 넘어오는 탈북자가 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들을 찾아 나섰다. 2시간 남짓 달려가 처음 마주한 곳은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 지대. 세 나라가 인접한 탓에 마약 밀수 등 범죄가 들끓는 위험지대이다. 국경을 따라가 보면 산속 도로에 1㎞마다 경찰 초소가 설치돼 있다.



미셍 태국 치앙라이 지역 경찰은 "등에 짐을 진 사람들이 나타났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해 보니 탈북자들이 있어 현장에서 잡았다”고 말했다.



라오스에 가까워질수록 국경인 강 주변의 경계가 삼엄해진다. 군인과 이민국 경비들이 강변 곳곳에서 감시를 벌이고 있다. 평온하게 강을 오가는 배들은 밤이 되면 밀입국선으로 바뀐다. 메콩강의 라오스 국경에는 중국에서부터 출발한 탈북민들이 2000여㎞를 걸어온 뒤 메콩강을 통해 태국으로 밀입국하고 있다.



탈북자를 호송하는 경찰 차량에는 붙잡힌 탈북자들을 찾아냈다. 어렵게 만난 탈북자들의 경계심은 극에 달해 있었다.

한 탈북자는 "우리 아빠, 엄마가 한국 사람이다 보니까 계속 고향 얘기 했다. 죽어가지고 자기 고향에 묻어달라고. 지금 아빠 남쪽이 보이는 쪽에 묻혀 있을 거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자는 “(중국에서) 내 눈 앞에서 5명 잡아가는 것 봤다. 신분 없으면 우리 같은 것 계속 잡아서 내간다. 잡혀가게 되면 우리 가족 앞에서 재판 받아서 감옥 들어간다. 본인은 그 자리에서 자폭해서 죽는다 해도 새끼가 어떻게 되고 제 가족이 어떻게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태국으로 향하는 길은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한 탈북자는 "중국에서 기차 타는 구간이 제일 위험했다. 우리 같은 경우는 잡히면 끝난다. 고속열차인데 뛰어내리지도 못한다”고 밝혔다. 다른 탈북자는 “돈 있는 사람은 돈을 쓰고 없는 사람은 굶게 돼 있다. 잠자리가 없어서 밖에서 잔다”고 했다.



이들은 이곳 임시수용소에서 노숙자와 다름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탈북자 지원 단체는커녕 어려움을 하소연할 한국인 통역도 없다. 약 일주일을 머문 뒤, 탈북자들은 이곳에서 100㎞ 떨어진 상급 기관의 이민국으로 이송된다. 그리고 수용소에 감금된 채 기약 없는 재판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탈북자들은 남자와 여자가 마주보도록 두 방으로 나뉘어 구금돼 있다.



쇠창살에다 이중으로 철망이 쳐져 있다. 바닥이 차지만 이불 한 장으로 버틴다. 취재진을 본 탈북자들은 “우리 빨리 도와줘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 답답한 곳에서 언제, 어떻게 나갈지 모르고 있었다.



태국 새 국경 루트의 경우 2009년 190명이던 탈북자 수가 올 들어 1,100명으로 늘었다. 3년 새 6배로 뛰었다. 지난해 한국으로 들어온 탈북자 3000여 명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데런 홍 태국 이민국 전 국장은 ”최근에 새로운 길이 생겼다. 탈북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다. 그들은 더 이상 걸을 필요가 없다. 차로 곧장 들어오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태국 정부는 예산 부족으로 탈북자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외교 마찰 등을 우려해 유엔난민기구로 우회적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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