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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선수 부모들 속죄의 봉사모임

중앙일보 2011.12.15 01:00 종합 24면 지면보기
14일 오후 창원교도소 민원인 주차장에 ‘축구와 등불’이란 글자가 적힌 노란색 조끼를 입은 중년 남·녀 10명이 나타났다. 이들은 주차장 옆 길을 뒤덮은 탱자나무를 잘라내고 길을 청소했다. 탱자나무 더미 속의 쓰레기도 주웠다. 이마에는 금세 땀방울이 맺혔다. 두 시간 넘게 땀흘린 그들은 교도소 측에 자루에 담은 쓰레기를 치우도록 하고는 총총히 사라졌다.


“자식 죄 조금이나마 씻겼으면 … ”
선수 수감된 교도소 일대 청소

 이들은 프로축구(K-리그)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창원교도소에 복역 중인 전직 축구선수들의 부모다. 창원교도소에는 지난 9월 1심에서 징역 10월~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직 축구선수 12명이 복역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8명의 부모(16명)는 지난달 14일 ‘축구와 등불’이란 봉사모임을 만들었다. 회장 권모(58)씨는 “등불은 자식의 죄를 대신 속죄하기 위해 낮은 곳을 비추며 열심히 봉사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들은 첫 봉사활동으로 모임을 만든 날 창원시 회원동사무소와 마산합포구의 한 노인복지시설에 5㎏ 짜리 김치 50박스씩을 기탁했다. 지난 2일에는 고성군의 아동복지시설을 찾아 10㎏ 짜리 쌀 10포대, 라면 10상자 등을 기탁했다. 13일에는 창원시 북면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 라면·과자 등을 전달했다.



 서울·인천·경기도·강원도 등에 사는 이들은 하루 10분씩 허용되는 아들 면회를 위해 교도소 인근의 원룸·모텔·찜질방·친척집 등을 전전한다. 처음엔 법원을 찾아 수시로 탄원서도 냈다. 하지만 곧 “탄원서는 무의미하다. 자식의 죄를 속죄하는 마음에서 봉사활동을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모임을 만든 뒤부터 매일 교도소 옆 길을 조금씩 정비하고 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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