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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사줬다고요?" 검찰도 믿기 힘든 뇌물 '허걱'

중앙일보 2011.12.15 00:45 종합 2면 지면보기
검찰이 14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전 금감원 수석검사역 신모씨 소유의 경기도 가평군 별장 모습. [최승식 기자]


비닐하우스에서 키우고 있는 금송 묘목. [최승식 기자]
“뭘 사줬다고요?” “소나무 1000그루요.”

‘뇌물’의 진화 … 별장 가꿀 소나무 1000그루 값 받은 ‘금송 금피아’

검찰 수사서 나타난 전 금감원 수석검사역 금품수수 백태



 고양종합터미널 시행사 대표 이황희(53·구속기소)씨를 조사하던 검찰 관계자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씨가 진술한 전 금융감독원 수석검사역 신모(53·체포)씨의 금품수수 행태가 좀처럼 믿기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했기 때문이다. 본지가 취재한 이씨의 진술 내용 등에 따르면 신씨는 이씨 등으로부터 마구잡이로 로비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에 따르면 신씨에 대한 로비는 2005년 시작됐다. 당시 에이스저축은행은 좌초 위기에 빠진 고양종합터미널 공사 때문에 곤경에 처해 있었다. 금감원이 검사에 나설 경우 이 사업에 대한 수백억원대 불법대출 사실이 들통날 수 있었다. 이때 이씨에게 사업 인수를 제안한 인물이 당시 이 저축은행 감독관이었던 신씨였다. 이후 불법대출을 방조하고 금감원 검사를 막아줄 힘을 가진 신씨는 이씨 등에게 황제나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이씨는 때로는 먼저, 때로는 신씨의 요구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금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신씨에게 처음 건넨 ‘선물’은 명품시계였다. 신씨는 이씨로부터 시가 2000만원에 달하는 ‘롤렉스 데이토나’ 시계를 받았다. 또 이씨를 따라 ‘아르마니’ 매장에 드나들기 시작했고 한 벌에 수백만원인 고급 양복을 여러 벌 받아냈다. 용돈도 받았다. 이씨는 “당시 신씨를 만나면 수시로 지갑을 털어 수십만~수백만원씩을 내줬고 호화 룸살롱에서 한 번에 수백만원씩의 비용을 쓰면서 향응을 제공했다”고 진술했다.



 신씨는 에이스저축은행이 차명으로 보유 중이던 서울 광진구 광장동의 80평형대 아파트를 7억원에 매입했다. 이는 당시 시세보다 3억원 이상 낮은 가격이었다. 이씨는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대형 아파트라 시세가 10억원 이상이었지만 최재건(52·구속기소) 에이스저축은행 전무는 이 아파트를 공짜로라도 내줄 태세였다”고 말했다. 신씨는 이 아파트의 내부 인테리어 공사 및 가구, 가전제품 구입 비용까지 이씨에게 요구해 7000여만원을 대납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씨는 2006년 금감원을 떠나 토마토저축은행 감사로 취임한 이후에도 금품을 받았다고 한다. 금감원 후배들에 대한 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신씨가 소나무 매입 비용을 요구한 것은 2008년께다. 이씨에 따르면 신씨는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별장에 소나무를 키워보고 싶다”고 말해 이씨로부터 금송(金松) 묘목 1000그루를 살 수 있는 돈인 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씨는 또 이씨의 미국 라스베이거스행에 두세 차례 동행하기도 했다. 물론 수천~수만 달러의 도박비용과 항공료·체재비 등은 모두 이씨가 부담했다.



검찰은 14일 전날 체포된 신씨를 상대로 이틀째 이씨 진술의 진위 여부를 추궁했으나 신씨는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라며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신씨가 혐의를 피하기 위해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글=박진석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금송(金松)=주로 정원수로 많이 키워지는 일본 원산의 나무. 나무껍질이 짙은 붉은색과 황금색이다. 물에 견디는 힘이 강해 건축재·가구재 등으로 많이 사용된다. 일본에서는 일왕을 상징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일본 고위직의 기념식수로 많이 애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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