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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 30분 머문 MB “나라 위해 큰 일, 많이 기억할 것”

중앙일보 2011.12.15 00:43 종합 4면 지면보기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빈소에서 먼저 조문 온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4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흰 국화로 둘러싸인 영정사진 속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회색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맨 채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철의 사나이’로 불리며 한창 제철소 현장을 누비던 1980년대 말 찍은 사진이다. 그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포스코가 세계 최강이 되길 기원한다”는 말을 남긴 고인과 작별인사를 나누기 위해 빈소를 찾은 사람들이다. 정·재계 인사부터 일반 시민까지 조문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고 박태준 명예회장 빈소 조문 행렬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여기에서 마주쳤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37분 빈소로 들어섰다. 마침 박 전 대표가 조문을 끝내고 유족들과 인사 중이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웃는 얼굴로 악수를 하며 간단한 인사말을 나누었다.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의 팔 윗부분을 서너 차례 도닥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보다 먼저 조문을 마친 박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최근엔 자주 뵙지 못했지만 옛날엔 여러 번 뵈었다”며 “(고인은) 우리 시대에 거목으로서 족적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후 30여 분간 빈소에 머물며 유족들에게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셨다. 많은 사람이 기억할 거다”고 위로했다. 73년 고로에서 쇳물을 쏟아내기 시작할 무렵 고인과 만났던 때를 기억했다. 태국 출장 중 급거 귀국해 빈소를 지키던 정준양 포스코 회장에겐 특별히 “철 잘 만드는 게 회장님 잘 모시는 길”이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조의록에 ‘박태준 회장님 큰일을 이루셨습니다. 우리 모두 오랫동안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란 글을 남겼다.



14일 고 박태준 명예회장 빈소에 조문 온 전두환 전 대통령(왼쪽),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오후 6시30분쯤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빈소를 찾았다. 2005년부터 6년간 포스코 사외이사를 지냈고 마지막 1년은 이사회 의장까지 했던 그는 “직접 뵌 적이 없지만 포스코와 인연이 많은데 당연히 와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는 “포스코가 국가산업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고 의미가 있는 기업인 데다 초석을 쌓은 분이 박 회장”이라고며 “박 회장의 별세 소식에 큰 슬픔에 빠졌다. 정말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말했다. 그는 문상객들과 함께 간단히 식사를 하기도 했다. 정치에 관한 질문엔 “오늘 다른 말씀 드릴 자리가 아니다”며 답을 피했다.



안 원장과 비슷한 시기에 포스코 사외이사를 했던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날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박 시장은 “아름다운재단에 회장님이 오랫동안 살던 (북아현동) 집을 기부해 줬던 인연도 있다”며 “철강강국을 만든 강철 경영인이지만 실제로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이셨다”고 회고했다.



 이에 앞서 고인을 정계로 이끌고 한때 사돈지간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도 부인 이순자 여사와 함께 조문했다. 전 전 대통령은 “(고인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분”이라며 “그런 분들이 오래오래 살아야 하는데, 그동안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마음 아프다”고 했다. 이어 “좋은 후계자가 나와 나라를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도 빈소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97년 고인이 DJP(김대중·김종필)와 함께하는 바람에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2002년 대선 국면에선 고인의 지지를 받았었다. 그는 당시를 회고한 뒤 “고인은 우리 역사에 남을 근대화의 초석을 쌓은 분”이라며 “자신의 일에 정말 전력을 다하는 그런 생활철학을 존경한다. 아주 좋은 분이 가셨다”고 아쉬워했다.



 박희태 국회의장과 김황식 국무총리도 조문했다. 한나라당 정몽준·이재오·허태열·유승민 의원, 민주당 손학규 대표, 한광옥 상임고문,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 여야 정치인들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기업인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정보기술(IT) 업계에 미친 스티브 잡스의 영향이나 공헌보다 박 회장이 우리나라 산업과 사회에 남긴 공적이 몇 배 더 훌륭하다” 고 애도했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 사공일 무역협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고바야시 겐 일본 미쓰비시상사 사장 등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뜻을 기렸았다. 



고정애·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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