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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발 실적’ 안 먹혔다 … 화장품 방판 여왕의 퇴장

중앙일보 2011.12.15 00:18 경제 4면 지면보기
안드레이 정
미국 여성 비즈니스 리더의 상징인 안드레이 정(53) 에이본 최고경영자(CEO)가 2선으로 물러난다. 1999년 이후 12년 만에 세계 최대 화장품 방문판매 회사의 지휘봉을 내려놓는 셈이다.


여성 비즈니스 리더 상징, 안드레이 정 ‘에이본’ CEO 사임

 정은 14일 새벽(한국시간) “올해까지만 CEO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라며 “내년부턴 회장 직무만을 수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다고 곧장 ‘뒷방 노인’ 신세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은 회장으로서 이사회를 이끈다. 블룸버그 통신은 “누구를 차기 CEO로 삼을지 결정할 때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최근 에이본의 실적은 나빠지고 있었다. 조직 개혁이 실패한 탓이었다. 정은 최근 방문판매 조직에 다단계식 성과급제를 적용했다. 하위 세 단계 판매자가 거둔 실적 일부를 지역 책임자에게 성과급으로 배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정이 직할 판매조직은 그대로 둔 채 다단계 성과급을 채택하는 바람에 매출은 늘었지만 인건비가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올 들어 이날까지 이 회사 주가는 43%나 추락했다. 게다가 중국 현지법인이 공무원 등에게 거액 뇌물을 뿌린 게 드러나 최근 미국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조직 피로가 쌓이고 실적이 나빠져 투자자의 불만이 비등해지자 정이 결단한 셈이다.



 정은 중국계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나 93년 에이본에 판매담당 컨설턴트로 입사했다. 그는 방문판매 대신 점포판매를 개척해 에이본 역사에서 신기원을 이뤘다. 덕분에 그는 입사 6년 만인 99년 CEO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정은 미 400대 기업 여성 CEO 가운데 최장수 리더이기도 했다. 포브스코리아에 따르면 한국 여성 CEO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힌다.



 이런 그가 뉴욕증시 마감 직후 2선 후퇴를 발표하자 에이본의 주가가 시간외 거래에서 급등했다. 그의 존재 자체가 부담이었다는 방증이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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