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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 아빠 … 아빠 … 눈물바다 건너 이청호 경사는 떠났다

중앙일보 2011.12.15 00:13 종합 18면 지면보기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과정에서 순직한 고 이청호 경사의 영결식이 14일 인천해양경찰청 전용부두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을 마친 고인의 운구행렬이 해경부두를 출발해 화장장으로 향하고 있다. 영결식에는 유족과 동료 경찰관 등 800여 명이 참석했 다. 고인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인천=연합뉴스]


‘탕, 탕, 탕.’ 조총(弔銃) 소리가 인천 앞바다의 차가운 겨울 공기를 갈랐다. 운집해 있던 800여 명의 조문객은 숨을 죽였다. 바다의 용사가 어서 깨어나길 기다렸다.

인천해경 부두서 영결식



 ‘부우우웅….’ 인천해경 소속 3005호 경비함이 무겁고 긴 기적(汽笛)을 토해냈다. 잠들어 있는 용사를 태우고 열 달 동안 거친 바다를 누볐던 3005호가 ‘어서 일어나 바다로 나가자’고 보채는 듯했다. 바다의 용사는 올 2월부터 3005호에 승선했었다.



 “아빠, 왜 거기 있어. 나 여기 있잖아. 일어나 봐!” 열네 살 맏딸이 아빠가 누워 있는 차가운 목관을 붙잡고 부르짖었다. 끔찍이 사랑했던 딸과 아내의 눈물도 용사를 깨우지 못했다. 12일 여명에 40년의 생을 마감한 서해의 수호자 고 이청호 경사는 14일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영원한 잠에 빠졌다.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나포하다 순직한 고 이청호 경사의 부인 윤경미(왼쪽에서 둘째)씨가 고인의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왼쪽부터 이 경사의 차남 명헌군, 부인 윤씨, 장남 명훈군, 장녀 지원양. [인천=김성룡 기자]


 우리 영해에 침범해 물고기를 잡아가던 중국 어선 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피살된 이 경사의 영결식이 이날 오전 10시 인천시 중구 북성동 인천해경 전용부두 운동장에서 침묵과 오열 속에 거행됐다. 모강인 해경청장을 비롯해 전국에서 모인 경찰관 동료와 애도객 등 800여 명이 이 경사를 배웅했다. 조문단을 보낸 주한 미국대사관과 달리 주한 중국대사관 측은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모 청장은 조사(弔辭)에서 “그대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더욱 강력하고 엄정한 법 집행으로 대한민국의 국권을 우뚝 세우겠다”고 했다. 그는 “당신의 계급을 미리 더 높여 더욱 영예롭게 해주지 못한 것이 가슴에 사무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경사는 다음 달 근속 승진을 앞두고 있었다. 이 경사의 영정 앞에는 1계급 특진(경장→경사) 임명장이 놓여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동해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통해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서한문에서 “이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다. 고인의 딸 지원(14)양과 두 아들 명훈(12)·명헌(10)군에게는 “아버지의 뜻을 이어 훌륭하게 커 나가길 바란다”고 위로했다. 정부는 고인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3005호의 검색대원으로서 고별사를 하던 동료 장성원 순경은 “장비를 하나하나 챙겨주시며 절대 다치지 말라고 하시던 팀장님이 왜 먼저 가십니까”라며 울먹였다. 이 경사와 함께 중국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인하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이낙훈(33) 순경은 “수술 직후 정신을 차린 뒤 가장 먼저 이 경사님이 어떻게 됐는지 물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경사의 시신은 인천시립화장장에서 화장한 뒤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한편 이 경사를 살해하고 해경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붙잡힌 중국인 선장 청다웨이(42)와 선원 8명에 대한 구속 여부는 15일 오후 인천지법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인천해경은 영장심사가 끝나는 대로 해경전용부두로 나포해 온 중국어선 루원위 15001호에서 현장검증을 벌일 예정이다.



해경은 14일 오후 총경급 이상 지휘관 회의를 열고 불법조업을 하는 선원들이 흉기를 쓰는 경우 총기를 사용해 진압하고 선박을 나포하기로 했다. 또 정당하게 총기를 사용했다면 해당 경찰관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모 청장은 “단속 경찰관의 생명을 위협하는 어선들은 ‘강력범죄조직’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며 “모든 방안을 동원해 해상 주권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해경의 새 지침은 규정 개정을 거쳐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



인천=유길용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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