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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 실크로드에 부는 한글 열풍

중앙일보 2011.12.15 00:00 종합 37면 지면보기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
중국에서 중앙아시아까지 교역로였던 실크로드는 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잇는 유라시아 대륙의 동맥이다. 최근 실크로드의 중심지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겐트에서 ‘성균한글백일장’이 열렸다. 인근 카자흐스탄 등에서 응시한 학생들의 규모뿐만 아니라, 이들이 보여준 한글 실력 역시 놀랄 만한 수준이었다.



  한류가 드라마·영화·K팝을 넘어 한글과 라이프스타일로 파고들고 있다. 뉴미디어 성장에 힘입어 K팝 공연은 뉴욕·파리·런던 등에서 성황리에 개최되고, 우리 드라마와 영화는 이미 지구 반대편에 있는 가정의 안방에서 스토리텔링이 되고 있다. 한글이 디자인된 티셔츠를 입은 벽안의 소녀가 한국 아이돌 스타의 음악을 따라 부르고, 러시아의 한글학교에는 학생이 넘쳐나는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움직임과 달리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중스타에 편중된 한류는 ‘문화콘텐트 빈국’이라는 이미지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일부 국가의 혐한류 역시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CNN의 맥스웰 콜 기자는 한류를 인정하면서도, 한국의 폐쇄적인 문화정책과 일방적인 태도가 한류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의 한글 포기 선언은 한류가 노출하고 있는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다.



  프랑스의 문화비평가 기 소르망은 문화콘텐트, 브랜드 가치와 같은 소프트파워가 글로벌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못지않게 한글이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 제고에 기여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글과 한류는 일회성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쌍방향 소통에 근거해 교육문화적 하모니를 지향하면서 성장해야 한다. 한국인의 문화와 역동성이 녹아 든 한류는 우리말과 글에 대한 교육과 이해로 승화돼야 한다. 세계 각국에 500여 개가 넘는 공자학원(孔子學院)을 설치한 중국의 교육부는 대학들과 상호교류하는 방식으로 중국어를 전파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해외 교육기관인 세종학당도 한글의 세계화 전략 차원에서 한국의 대학들이 해외 한글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주관하도록 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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