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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상파 종일방송 특혜, 깨진 유리창 될 것

중앙일보 2011.12.15 00:00 종합 37면 지면보기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밤 1시쯤 마치는 지상파 방송시간을 새벽 6시 애국가까지 이어 붙이는 종일방송 논란이 거세다. 광고시간을 늘려 시장 파이를 키우겠다는 성장론과 지상파 독과점 심화를 이젠 관두라는 반대론 사이 격돌이다. 성장론은 당장 연간 350억원 규모 신규 광고 매출에 목을 맨다. 외형 증대는 쏠림 현상만 부추기는 나쁜 방향이라는 게 반대 논리다. 이런 각축은 치열한 미디어 경쟁 상황에서 자연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시장 왜곡, 정책 실패, 소비자 외부불경제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심각하다. 국민 정신문화를 황폐하게 할 약탈이 자행될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지상파 종일방송이 민간 유료방송시장 기반을 무너뜨릴 우려가 크다. 자율성과 창의성을 뽐내며 세계를 뛰어야 할 케이블, 위성, IPTV, DMB의 수익 원천에서 큰 몫이 일시에 날아가버린다. 독과점 지위가 날로 세지는 지상파 그룹에 치여서다. 2010년 지상파 3사 매출이 전년 대비 12.4%(3058억원), 이 가운데 광고수익이 17.1%(2361억원) 증가하는 호조세를 보였다. 이렇게 국내 방송산업 점유율은 순수 민간 프로그램 공급자(PP·Program Provider) 25%, 지상파 그룹(계열 PP 포함) 75% 선까지 떠밀려 왔다. 공공이 민간을 세 배나 큰 몸집으로 옥죄는 꼴. 이렇게 막강한 지상파가 민간을 기어이 20% 밑으로 주저앉히면 영세 중소업체들은 숨만 쉬고 살아야 한다.



 둘째는 이번 정책 배경으로 나온 광고시장 확대라는 신기루다. 방송을 포함한 국내 광고시장을 2010년 8조4000억원에서 2013년 13조원으로 확대한다는 조급증에서 나온 첫 무리수가 지상파 종일방송이다. 매년 1조5000억원 정도 늘린다는 과욕도 문제지만, 지상파와 광고 말고는 미디어산업 진면목을 쳐다볼 줄 모른다는 게 갑갑하다. 방송시장 파이는 앉아서 돈 번 지상파 귀부인에게 간청한다고 되는 과업이 아니다. 오디션 프로 슈퍼스타 K, 재미있는 뉴스 돌발영상과 같이 맨손으로 콘텐트 밭을 갈아온 전문 민간 PP들, 생존을 위해 시작한 종편사업자들과 같은 헝그리 선수들이 뛰어 큰일을 내줘야 하는 야생에 해법이 있다. 스마트·소셜로 넘어가는 신개념 방송에서도 광고를 대체할 이용료 모델과 같은 혁신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런 당찬 영건들을 밀쳐내고 지상파와 광고만 해바라기 하는 정책. 정말 아니다.



 셋째는 앵그리 컨슈머다. 지금도 이벤트다 뭐다 해서 지상파 심야방송이 꽤 있지만 보느니 재방송이요, 오락 통속 판이다. 2005년 지상파 낮 방송 시작 때 오락 비중을 30% 미만으로 권고했지만, 오락은 교양과 보도를 완전히 따돌리고 말았다. 올 11월 KBS1이 44.8%, KBS2는 65.2%가 오락물이었다. 광고 욕심으로 자극성·선정성만 챙겨온 태도가 광고시간 증대로 더 악화되는 비경제(diseconomy)가 불 보듯 뻔하다.



 이러한 난제들을 몽땅 비켜 지상파 종일방송을 다그칠 순 없다. 그럼에도 특혜·특권 시비를 무릅쓰고 민간 사업자들을 내모는 불량 정책을 몰아붙인다면 시장 파국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한번 깨진 유리창을 본 사람들은 온 동네, 옆 동네 창까지 다 손대기 십상이다. 중재 없는 극단 정책은 극단적 비판만 부를 뿐이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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