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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의 시시각각] 손학규, 대통령 후보 될까

중앙일보 2011.12.15 00:00 종합 38면 지면보기
이상일
논설위원
민주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세력이 주축인 시민통합당, 그리고 한국노총이 하나로 합친 통합 야당이 곧 출범한다. 신당 주체들은 19일쯤 중앙선관위에 당명을 등록하고, 지도부 선출 준비에 들어간다. 신당 탄생의 주역은 누가 뭐래도 손학규 민주당 대표다. 그는 당내 호남세력으로부터 갖은 욕을 먹으면서도 통합을 밀어붙였고, 결실을 보게 됐다. 한나라당 출신인 손 대표를 싫어하는 친노 세력도 평가한다. “손학규가 없었다면 통합 반대파 수장인 박지원(민주당 전 원내대표)의 벽을 넘지 못했을 것이다. 손학규의 뚝심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말들이 친노 진영에서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손 대표는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악을 쓰고 통합을 이뤄낸 다음 물러나리라는 게 제 욕심이었다”고 스스로 밝혔듯 그의 사명감은 대단했다. 박지원 의원 등이 “왜 밀실에서 야합하느냐”는 등 맹공격을 했는데도 손 대표는 “맷집을 많이 키웠다”고 버티며 통합 절차를 진행해 나갔다. 그는 금명간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신당에서도 당직을 맡지 않은 채 내년 대선 출마 준비에 전념할 계획이다. 그럼 그가 신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을까. 야권 통합을 위해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했는데 그 공을 온전히 차지할 수 있을까. 그 앞엔 꽃길이 열려 있는 걸까.



 그에겐 ‘주홍글씨’가 있다. 한나라당 태생이란 낙인이다. 그는 이를 지우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 4·27 국회의원 재·보선 땐 낙선을 각오하고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성남 분당을에 출마해 승리하는 등 야권을 위해서라면 몸을 사리지 않았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을 ‘결사 반대’하면서 장외투쟁을 한 건 그의 이념성향이 민주당 본류나 친노 세력과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측면도 있다. 그런데도 그가 야권에 내린 뿌리는 깊지 않아 보인다. 그를 이방인으로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은 탓이다.



 신당은 내년 1월 지도부를 뽑는다. 한명숙 전 총리, 박지원 의원,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등이 경선에 나선다. 대표가 될 사람을 점치자면 아무래도 한 전 총리일 듯싶다. 박 의원은 야권 통합에 제동을 건 인물로 찍힌 터여서 형편이 나빠졌다. 한 전 총리는 민주당 당원이지만 친노 세력의 핵심이다. 시민통합당의 중심 인물인 이해찬 전 총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각별한 사이다.



 한 전 총리가 경선에서 이기면 신당은 친노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손 대표는 대접을 받겠지만 그의 영향력은 민주당 때보다 약해질지 모른다. 친노는 한나라당 소속의 손학규 경기지사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겨냥해 “가짜 진보”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라고 야유했던 걸 기억하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 같은 이는 “민주당에 안 들어가는 건 손학규가 있기 때문”이라며 거부감을 표출한 적도 있다 한다. 이런 친노가 손 대표를 대선의 기수로 내세우려 할까.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정치를 하지 않는다 해도 친노가 손 대표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신당의 대선 후보는 문재인이나 김두관(경남지사)이 되는 것 아니냐. 손학규는 남 좋은 일만 하고 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손 대표에겐 세력이 없다. 통합 과정에서 박지원 의원 등 많은 이들이 떨어져 나갔다. “손학규 사람은 멸종 직전의 천연기념물과 같으니 보호해 줘야 한다”는 우스개가 회자될 정도다. 그러니 믿을 건 실력밖에 없다. ‘손학규라야 이긴다’는 걸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손학규다움’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친노나 좌파 진영에 ‘여러분과 똑같다’며 동화(同化)하려는 태도만으론 ‘손학규의 영역’을 확장하지 못한다. 이런 이방인 콤플렉스부터 버려야 한다. 그리고 과거의 손 대표가 그랬듯 합리와 이성과 지성의 진면목을 다시 보여줘야 한다. 눈의 지향점은 친노가 아닌 국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친노의 다수에게 손 대표는 무엇일까. 아직도 ‘보따리장수’(노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 대표에게 한 말)일 뿐이다.



이상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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