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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비 올리더니, 주민참여예산은 줄였다

중앙일보 2011.12.14 01:33 종합 24면 지면보기
규정을 위반해 의정비를 올린 충남도의회가 도민(주민)참여예산제 관련 예산은 삭감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예산 편성과정에 주민과 전문가를 참여시켜 지방 재정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방만한 지출을 줄이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2006년 행정안전부 권고 사항이다.



 충남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2일 충남도지사가 제출한 2012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사를 벌여 총 42억7000만원을 삭감했다. 의회가 삭감한 예산내역에는 도민참여예산위원회 참석 수당과 도민참여예산제 교육비가 포함돼 있다. 충남도는 당초 도민 참여예산위원회 참석 수당으로 4800만원, 도민참여예산제 교육비 명목으로 3000만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도의회는 예산위원회 참석 수당과 예산제 교육비를 각각 1000만원씩 깎았다. 도민참여예산위원회 참석 수당은 예산위원들이 회의 참석 때마다 지급하는 비용(1회 15만원)이다. 예산삭감으로 회의 횟수가 줄어들 전망이다. 도민참여예산제 교육비는 예산위원들을 대상으로 지자체 예산의 기본 개념과 쓰임새, 운용계획 등을 설명하는데 사용할 예산이다.



 충남도의회 유익환(자유선진당·태안1)행정자치위원장은 “도민참여예산제 운영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축소됐기 때문에 관련 예산도 감축해야 한다”며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주민참여예산제의 실효성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충남도의회는 최근 충남도가 제출한 ‘도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안’을 대폭 수정해 가결했다. 도의회는 도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 수를 당초 도가 제시한 100명에서 40명으로 줄였다. 또 위원 모집방법의 하나인 ‘희망 주민 공개모집’ 조항도 삭제했다. 대신 도의회 의장과, 도지사, 시장·군수 추천으로만 예산위원을 뽑도록 했다. 이 때문에 “도의회가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무력화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한편 충남도의회는 주민의사를 무시하고 의정비 인상을 결정, 행정안전부로부터 재의 요구를 받았다. 여론조사에서 ‘인상 반대’ 의견이 많은데도 의정비를 일방적으로 올린 경우는 지방자치법 시행령 34조 6항에 위반된다. 충남도의회는 지난달 15일 본회의에서 연간 3.4%(180만원)를 올리는 의정비 인상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도의회는 본회의 당일에 의정비 인상안을 기습 상정하는 꼼수를 부려 비난을 산 바 있다.



 그러나 충남도의회는 재의를 하더라도 의정비 인상 방침을 철회하지 않을 방침이다. 충남도의회 유병기 의장은 “변호사 3명에게 질의한 결과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물가인상률 등을 감안할 때 의정비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충남 참여연대 이상선 상임대표는 “주민 참여예산제도는 무력화하고 의정비 올리는 데 혈안이 된 충남도의회는 대의기관의 지위를 상실했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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