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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나꼼수 키운 건 8할이 검찰이다

중앙일보 2011.12.14 00:40 종합 39면 지면보기
오병상
수석논설위원
인터넷 라디오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미국 순회 콘서트에서도 나름 화제를 몰고 다니는 듯하다. 교포사회에선 보기 드물게 1000명 내외의 인파를 불러모으고, 방청객들의 열기도 못지않아 보인다.



 최근 나꼼수엔 동력이 하나 더 붙었다.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DDoS) 공격이 여당 쪽 소행으로 드러난 것이다. 나꼼수는 일찌감치 이런 의혹을 제기했고, 경찰의 조사 결과 맞아떨어졌다. ‘눈 찢어진 아이’ 발언 이후 지나친 괴담이란 비난을 받기 시작한 나꼼수가 선관위 해킹 사건으로 마치 정론인 듯 되살아난 셈이다(‘눈 찢어진 아이’란 나꼼수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BBK사건 주역인 에리카 김 사이에 태어난 사생아’를 뜻하는 은어).



 이런 나꼼수의 괴담 선풍에 정부 여당을 비롯한 보수 진영은 대단히 불쾌해 하면서 한편으로 무척 긴장한 듯하다. 그래서 나온 대책이라는 것이 헛발질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최근 앱(Application·스마트폰 프로그램)을 검열하기 위한 부서를 신설했다. 앱을 심의와 규제 대상으로 삼는 것은 모바일 시대의 착오다. 심의위는 음란·폭력 등을 검열한다고 하는데, 이는 기존의 법이나 규제로도 다스릴 수 있다. 그러니 나꼼수를 겨냥한 조직 확대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것이다.



 나꼼수에 정확히 대응하려면 그 뿌리부터 따져봐야 한다. 나꼼수를 만든 김어준은 현 정권이 검찰을 동원해 노무현을 죽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노무현 노제(路祭) 때 소방차 뒤에서 숨어 울다가 혼자 결심한 게 있어. 남은 세상은, 어떻게든 해보겠다고”라고 말했다. 그래서 노무현의 분신인 문재인 변호사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나꼼수를 시작했다.



 나꼼수는 이런 정치적 의도에 맞는 가장 자극적인 상품을 들고 나왔다. 바로 BBK 사건이다. BBK 저격수로 알려진 주간지 기자와 전직 국회의원을 영입해 온갖 괴담을 쏟아냈다. 이런 욕설 수준의 음모론에 수백만 명이 몰려드는 것은 디도스 공격처럼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진실이 명확히 규명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7년 불거진 BBK와 관련된 의혹은 최근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실소유주란 논란이 있는 ㈜다스와 도곡동 땅까지 얽혀 괴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뭐가 뭔지 명확하진 않지만 어딘가 꺼림칙한 구석이 가시지 않는다. 예컨대 다스는 BBK를 상대로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미국 법원에 냈다가 졌다. 그런데 BBK 주인공 김경준은 소송에 이겼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스위스 계좌 돈 140억원을 다스에 송금했다. 미국 법원이 이를 문제삼았다. 때맞춰 김경준의 누나 에리카 김이 귀국해 “이명박 대통령이 BBK 실소유주라던 2007년 발언은 거짓말이었다”며 뒤늦은 면죄부를 주었다. 에리카 김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으로 아무 탈 없이 미국으로 돌아가 변호사로 복귀했다.



 이런 정황들이 나꼼수 괴담에 힘을 실어준다. 검찰의 보다 치밀하고 객관적인 수사가 있었다면 이런 괴담은 힘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꼼수를 키운 1등 공신은 검찰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검찰은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BBK 수사 발표 직후부터 계속돼 온 의혹과 이를 뒷받침하는 듯한 정황, 도곡동 땅과 관련된 한상률 국세청장 수사에서 보여준 솜방망이 처벌 등은 여전히 나꼼수 괴담의 자양분이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검찰은 나꼼수 멤버인 주간지 기자와 전직 의원을 상대로 BBK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했다가 2심에서 모두 졌다. 무리한 소송으로 나꼼수에 훈장을 달아준 셈이다.



 검찰이 신뢰를 얻으면 나꼼수는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마침 권력 교체기에 돌입했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정계 은퇴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시대의 개막을 의미한다. 이명박 시대의 사실상 마감이다. 동시에 1년이라는 대권 레이스의 신호탄이다. 검찰이 시험에 들 시간이 온 것이다. 검찰은 이회창 후보 아들에 대한 병역비리 수사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고, 퇴임 후 정치자금 추적으로 노무현을 부엉이 바위로 몰았다.



 검찰의 미흡한 수사와 부적절한 처신은 이 땅의 여론을 양극화한다. 대권 쟁탈전에 나선 정치판은 어차피 사생결단의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일 것이다. 공정한 심판은 게임의 마지노선이다. 검찰이 다시 흔들려선 안 된다. 제2의 나꼼수는 없어야 한다.



오병상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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