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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악취 한 달인데 대책이 “끓여먹어라”?

중앙일보 2011.12.14 00:31 종합 22면 지면보기
수도권 지역의 수돗물 악취사태가 한 달째 이어지고 있지만 환경부는 정확한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달 말 날씨가 추워지고 수온이 낮아지면 악취가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수돗물 흙냄새의 주범인 지오스민(geosmin) 농도는 12월 들어서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13일 환경부에 따르면 수도권의 수돗물 취수원인 팔당호에서 12일 측정한 지오스민 농도는 최고 236ppt(1ppt=1조분의 1%)였다. 11일 296ppt였던 것에 비하면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물에서 흙냄새가 나지 않으려면 농도가 10ppt 이하로 낮아져야만 한다.



 환경부는 제대로 된 설명을 못하고 있다. 팔당호 상류댐의 방류량이 적어 지오스민 농도가 안 떨어진다는 점만 강조할 뿐이다. 그러면서 수돗물을 3분 이상 끓이면 냄새가 사라지고 건강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환경부의 최종원 수도정책과장은 “상류댐 방류량 부족으로 팔당호의 지오스민 농도가 먹는 물 관리기준인 20ppt 이하까지 떨어지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 청평댐의 경우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한 달 동안 방류량은 초당 63t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줄었다. 강수량이 평년의 70% 수준인 데다 겨울철 전력수요 증가에 대비해 물을 아끼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인천·경기 지역 정수장들에서는 임시방편으로 냄새물질 제거에 쓰는 ‘분말 활성탄’을 대량으로 투입하고 있다. 서울시는 하루 100t의 분말 활성탄을 투입하느라 1억5000만원씩을 쓰고 있다.



 서울 영등포아리수정수센터의 유은주 주무관은 “분말 활성탄을 하루에 4~5t씩 사용하다 보니 3~4일에 한 번씩 구매를 해야 하는데 업체에 문의하면 남은 물량이 없다고 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낮은 수온으로 사멸한 조류(藻類)에서 지오스민이 지속적으로 녹아나올 가능성을 지목한다. 2009년 미국 응용·환경미생물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서는 “조류 세포의 단백질에 붙어있던 지오스민이 세균의 분해작용으로 물에 녹을 수 있는 형태로 바뀌게 된다”고 소개된 바 있다. 조류가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잘 분해되지 않은 성분인 지오스민만 남아 물속으로 녹아 나온다는 의미다. 고려대 최의소(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환경부와 서울시 등이 고도정수처리시설 설치를 미뤄왔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투자를 앞당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기자



 

◆지오스민(geosmin)=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가 자라면서 내놓는 물질로 수돗물에서 흙냄새를 나게 만든다. 정수 과정에서 활성탄을 사용해 제거하거나 수돗물을 섭씨 100도에서 3분 정도 끓이면 제거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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