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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 신문 읽기가 국어 학업성취도 전국 1위 비결

중앙일보 2011.12.13 04:05 1면 지면보기
2학년 1반 김영희양이 국어수업시간에 시를 칠판에 적고 있다. 목천고 학생들은 수업·조회시간 등을 이용해 하루에 한 편 이상의 시를 칠판에 적으며 국어의 기초를 다진다. [조영회 기자]

‘변 두리 학교’ 천안 목천고의 변신



천안 외곽 지역에 위치해 기피학교로 꼽히는 목천고가 학업성취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화제다. 지난달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전국 성적 향상도’ 결과 국어교과에서 중학교 성적보다 점수가 7.66% 향상돼 전국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수학은 11.30%, 영어 11.47%로 각각 9위와 3위를 기록했다. 국·영·수 모두 10위 권 안에 이름을 올린 곳은 천안·아산 지역에서 목천고가 유일하다. 올해 3월 부임한 황운선(62) 교장은 “현재 2학년들이 입학할 때만 해도 160점 만점에 30점을 못 넘기는 학생이 90%였다”며 “낮은 성적과 가정환경 등으로 칭찬에 목마른 아이들에게 밀접한 생활지도와 토론 등에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공부 방식 뭔가 다르다



 6일 오전 11시 국어수업 시간인 2학년 1반 교실 칠판에는 학생들이 적어놓은 시가 빼곡하다. 현대시부터 고전시까지 종류는 다양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아침 조회, 국어수업 전 쉬는 시간마다 시 쓰기와 신문 스크랩을 한다. 모르는 단어를 찾기 위해 국어사전도 책상 위에 항상 놓여져 있다. 학교 선생님들이 자체 제작한 교과서는 목천고 학생들만을 위한 맞춤형 수험서다. 김공중(36) 국어교사는 기초학습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수업 방식을 다른 학교와 차별화 했다.



 “이곳에 부임할 당시 기초적인 단어를 모르는 아이들이 대다수였어요. 교과서만으로는 수업진행이 불가능 했죠. 아이들에게 수업시간 전에 자신들이 좋아하는 시를 쓰게 하고 신문을 읽으며 모르는 단어를 찾게 했어요.”



 기초부터 다지니 학생들의 성적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손예은(18)양은 “아침마다 시를 외우고 감상평을 쓰고 그것으로 시 모음집을 만들어 공부하다 보니 문학작품에 대한 이해가 예전보다 쉬워졌다”며 “다른 과목들도 예전에는 시험을 보면 문제도 안보고 찍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틀리더라도 풀어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목천고는 천안 도심의 외곽에 위치한 ‘변두리’ 학교다. 충남교육청에서도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에 위치한 이 학교를 농·어촌고교로 구분하고 있다. 비평준화지역인 천안의 중학생들은 목천고를 ‘좋은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모이는 학교’ 쯤으로 여겼다.



 그렇게 모인 학생들이니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 리 없었다. 수업에 들어가면 자는 학생들이 대다수였다. 그랬던 학교가 변했다.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줄었고, 지각생도 거의 사라졌다. 기초 위주의 수업과 맞춤형 교육과정을 확대 하면서부터다. 공부보다는 올바른 인성 교육이 중점이 되고 교사가 먼저 실천하자는 의지도 이 학교를 변화 시켰다.



 한성희(56) 교감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인사를 요구하기 보다는 먼저 인사를 건네며 안부를 묻는다”며 “학교생활이 편하고 즐거워지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향상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의 제자사랑



 “저의 하루 일과는 학교에서 시작해 학교로 끝납니다. 교문에서 아이들을 맞이하며 인사를 나누는 일이 무척이나 즐겁죠. 가끔 아이들하고 면담을 하며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구요. 앞으로도 아이들과 계속 친하게 지낼 생각입니다.”



황 교장의 출근 시간은 오전 6시30분. 부임한 이후 한번도 늦은 적이 없다. 황 교장이 일찍 출근하는 이유는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다. 자기 자신과의 약속, 그리고 재학생들을 위함이다. 황 교장은 “아침형 인간이 되면 나 자신의 건강도 좋아지고 아이들의 얼굴도 볼 수 있어서 좋다”며 “아이들에게 바른 품성을 요구하기 이전에 나부터 올바른 품성을 가지고 아이들을 맞이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장이 일찍 나오니 일선 교사들과 학생들도 부지런한 습관을 갖게 됐다. 학기초에는 ‘하루 이틀 저러시다 말겠지’하던 교사들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찍 출근하는 교장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학생들도 매일같이 교문 앞에서 자신들을 맞이하는 교장과 교사들에게 고마웠던지 종전보다 일찍 등교해 청소도구를 들고 학교 주변 청소에 나서기도 한다.



 주익한(50) 수학교사는 “초기에는 출근시간이 빨라져 귀찮은 맘도 있었지만 지금은 교장선생님 덕분에 부지런한 생활을 하게 됐다”며 “아이들이 등교 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니 애정이 더 생겨 교사로서의 사명감도 든다”고 말했다.



 황 교장은 아이들과 친화력을 높이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1학년과 2학년 전교생으로부터 학교 생활의 어려움을 듣고 개선책을 찾기 위한 1대1 면담과 간담회를 수시로 열고 있다. 공부에 자신감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자신이 학창시절 꼴지를 했던 성적표를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했다.



 이다은(18)양은 “교장 선생님이 조회시간에 자신이 꼴등 했을 때 성적표를 보여주신 적이 있다”며 “공부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에 큰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황 교장은 “중요한 것은 성적이 아니라 ‘자신만의 꿈을 가지고 얼마나 즐겁게 학교를 다니면서 바른 생각을 갖느냐’다”라며 “학교에서 배운 기본 예의, 바른 태도 등을 갖고 우리 학교 학생들이 사회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게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꿈 실현 위한 학생들의 노력



 공부가 싫었다. 해보려는 의지도 없었다. 집에서는 놀고 수업시간에는 잠을 잤다. 자연히 학교 성적도 바닥을 맴돌았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라는 꿈을 갖은 뒤 18살 소년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주는 선생님들 때문에 이해가 쉬웠다. 워낙 낮은 성적 덕분(?)인지 공부하는 만큼 성적은 눈에 띄게 올랐다. 이 학교에 재학중인 박평안(2학년)군 이야기다.



 “중학교 때는 공부를 왜 하는지 몰랐어요. 시험을 볼 때면 문제도 보지 않고 한 번호로 찍고 자버렸지요. 그러다 지난해부터 교회를 다녔어요. 신앙심을 갖고 어려운 사람을 돕다 보니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여러 선생님들과 상담을 받았죠. 선생님들 마다 제 꿈을 적극적으로 지지 한다고 용기를 주셨어요.”



 목천고는 박군처럼 기초가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수준별 반복학습으로 ‘기초학력 미달 벗어나기’를 목표로 삼았다. 그 결과 올해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약 80%의 학생이 수학과 영어에서 보통학력 수준을 보였다.



박군은 “수학이나 영어 등 어려운 교과목의 경우엔 담당 선생님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유인물을 따로 만들어 주셔서 도움이 된다” 고 말했다. 스튜어디스의 꿈을 키우고 있는 같은 학년 유아라양도 “중학교 때 늘 중위권 성적을 유지했는데 내신을 잘 받기 위해 이 학교를 택했다”며 “입학 당시에는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들이 태반이어서 괜히 이곳에 입학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모든 수업을 기초부터 배울 수 있어 성적이 많이 늘었고 꿈도 생겼다”고 말했다.



황 교장은 “성적 향상도가 절대적인 성취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한 결과를 인정받아 뿌듯하다”며 “학생들이 자신만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교육하겠다”고 강조했다.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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