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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최종 목표는 봉사 … 배움의 나눔 실천하는 곳으로”

중앙일보 2011.12.13 04:00 부동산 및 광고특집 2면 지면보기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대학을 만들겠습니다.” 7일 서울 중구 국립 한국방송통신대(이하 방송대) 집무실에서 만난 조남철(59·사진) 총장은 방송대가 가진 가장 중요한 가치를 ‘열린 대학’으로 꼽았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방송대의 역할은 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핵심 가치는 한결같습니다.” 방송대는 1970~80년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줬고, 1990년대에는 대학 졸업자들에게 더 나은 미래설계를 위한 자기계발의 발판을 마련해줬다. 그리고 이제, 탈북자나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정 여성들과 같은 소외된 계층에게 ‘배움의 나눔’을 실천하는 곳으로 거듭나고 있다.


[인터뷰] 조남철 국립 한국방송통신대 총장

-지금까지 방송대를 거쳐간 학생수가 얼마나 되나.



 “졸업생수만 50만 명이다. 대학교를 졸업한다는 것은 단순한 학사학위 취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합리적인 비판을 할 수 있는 사고를 키워 산업현장을 이끌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뜻이다. 즉, 우리 대학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건강한 시민이 50만 명 배출된 것이다.“



-교수로 재직하면서 기억에 남는 제자도 있겠다.



 “방송대가 1972년 개교했는데, 87년부터 방송대 교수로 생활해 왔으니 벌써 24년째다. 참 많은 학생들이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입장이었지만,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배운 게 더 많다. 90년대 초반 수업을 듣던 50대 여성이 ‘교과서 한 장 읽으면 앞장 내용은 잊어버린다’고 한탄한 적이 있다. 그 얘기를 들은 60대 여성이 ‘아랫줄을 읽으면서 윗줄의 내용이 가물가물하지만 책 읽는 즐거움 때문에 공부를 한다’고 하더라. 배움에 굶주린 사람들을 대변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보다 많은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총장으로 부임하면서 ‘배움의 나눔’을 강조한 이유도 이 때문인가.



 “‘교육의 최종목표는 봉사’라는 철학이 있다. 지식을 습득하는 일이 ‘혼자만 잘 살자’는 욕심에서 비롯된 건 분명 아니지 않는가. 사회구성원으로서 내가 속한 조직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봉사’와 같은 맥락이다. 탈북자나 재외동포, 다문화가정 여성, 이주노동자 등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을 확대하려는 것 또한 그들이 배움을 통해 자신보다 못한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소외계층에 초점을 맞추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방송대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소외계층의 경우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매일같이 학교에 나와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형편이 안 된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에게 필요한 교육프로그램이 있다면 골라 들을 수 있어야 학업을 이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어떤 대학보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이 방송대다. TV는 물론, 인터넷, 오디오, 멀티미디어 등 각종 매체를 통해 강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그들이 배우지 못한 한(恨)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 그들을 위한 구체적인 교육 커리큘럼이 있나.



 “학력 때문에 차별받는 재외동포가 의외로 많다고 들었다. 그래서 재외국민의 학위취득과 학업기회를 늘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올해 뉴욕 지역에 거주하는 동포들을 위한 강의를 시작했다. 현지 간호사로 일하는 한인 48명이 3학년으로 편입해 전공 관련 수업을 듣고 있다. 내년부터는 LA 등 미국 서부지역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 최근 다문화가정 여성이 겪는 고충도 많은데.



 “다문화가정 여성이 한국에서 겪게 될 문제점을 TV 프로그램으로 제작, 방영하고 있다.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특정 문제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를 부각시켰다. 또 예비대학 과정을 운영해 탈북학생의 한국적응을 돕고 있다. 국내 대학에 입학한 탈북학생 과반수가 휴학과 자퇴를 한다더라. 대학입학 후 대학생활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내용으로 특수과정을 마련해 지원해주고 있다.”



-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계획은 없는지.



 “정년퇴직은 빨라졌는데, 평균수명은 늘고 있다. 퇴직 후에도 새로운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40~50대 재취업을 위한 진로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하는 학생들을 위해 ‘선취업, 후진학’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상 중이다. 산업현장에서의 경험을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방식이다.”



- 사이버대의 등장으로 입지가 축소되는 건 아닌가.



 “사이버대와 경쟁관계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방송대는 그 어떤 대학과의 경쟁에도 이길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한 학기 35만원 정도인 저렴한 등록금이다. 엄격한 학사관리 시스템도 방송대가 가진 장점 중 하나다. 입학은 쉽지만, 졸업생은 입학생 대비 25% 밖에 되지 않는다. 그게 바람직한 대학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방송대의 비전을 설명한다면.



 “2022년이 되면 방송대가 개교한지 50년이 된다. 지금까지 지식을 얻는데 신경을 썼다면 이제는 지식을 어떻게 쓸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개교 50주년 비전으로 ‘지혜의 시대를 여는 지식 네트워크 중심대학’을 선포한 이유다. 지식을 슬기롭게 쓰는 게 바로 지혜다. 자신의 지식을 누군가와 나누는 것은 물론, 그 지식을 한국을 넘어 세계 발전을 위해 쓸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 싶다.”



글=전민희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조남철 총장=1952년생. 서울이 고향으로 휘문고와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 석사와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82년부터 1987년까지 강릉대에 조교수로 재직했다. 1987년 국문학 교수로 시작된 방송대와의 인연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4일 6대 총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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