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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대량 환매는 끝 … 내년에도 국내펀드가 해외보다 낫다

중앙일보 2011.12.13 03:30 Week& 4면 지면보기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시장의 본질을 간파한 최고의 기사였습니다.” 2007년 봄, 기자는 한 통의 e-메일을 받았다. 보낸 이는 당시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을 이끌던 조재민(49·사진) KB자산운용 대표다. 그때는 ‘차이나 펀드’다 ‘브릭스 펀드’다 해서 하루에도 수천억원씩의 돈이 펀드로 몰리던 시절이었다. 기사는 수익률 1등 펀드가 이듬해에는 성과가 시원치 않다는, 그래서 단기 수익률을 좇아 펀드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조 대표는 눈앞의 수익만 내세워 펀드를 일단 팔고 보자는 판매사들과, 단기 성과에 집착해 원칙을 잃는 운용사들을 비판했다. 조 대표가 KB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2009년. 당시 KB자산운용은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런데 조 대표 취임 후 변화가 나타났다. 올해 설정액 기준으로 운용사 ‘빅3’가 됐다. 2011년을 마감하는 지금, 그의 입을 빌려 올 한 해 펀드 시장을 돌아보고 내년을 전망해 봤다.


3년 만에 운용사 ‘빅3’ 올라선 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

고란 기자



-취임 3년도 안 돼 업계 ‘빅3’를 만든 비결은.



 “수익률은 배신하지 않는다. 성과가 좋으면 돈이 몰리게 돼 있다. 단기가 아니라 꾸준히 좋은 수익률을 올리려고 노력했다.”



 - 그런데 시장에서는 KB국민은행이 계열사 펀드를 집중적으로 팔아줘서 그렇다는 얘기가 돈다.



 “오해는 풀고 가자.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께서 계열 은행에 당부한 것은 ‘수익률이 좋은 걸 팔아라’였다. KB국민은행이 KB자산운용 펀드를 더 적극적으로 팔지도 모른다. 그런데 수익률이 시원치 않으면 그렇게 하겠나. 꾸준한 성과를 보여줬기 때문에 신뢰가 쌓인 거다.”



 -실제로 수익률이 좋아졌다(국내 주식형 펀드 1조원 이상 운용사 중 올 수익률이 -2.3%(6일 현재)로 3위다). 비결은 무엇인가.



 “두 가지다. 먼저 좋은 인력(펀드 매니저)이다. 그리고 그들이 자율적으로 펀드 운용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인가.



 “운용사마다 운용에 참고해야 하는 모델 포트폴리오(MP)라고 하는 게 있다. 예전에는 하나의 MP가 나오면 그걸 매니저들이 대부분 따라서 해야 했다. 매니저의 자율성이 적었다. 지금은 대표 MP를 비롯, 성장형·가치형·배당형 등 총 4개의 MP가 있다. 그리고 각 펀드 매니저가 대략 60% 선에서만 MP를 따라가면 된다. 매니저가 펀드를 창의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단기 수익률에 집착하지 않는다지만 성적이 안 좋은 매니저를 보면 답답하겠다.



 “어쩔 수 없다. 속은 터지지만 일단 믿고 기다린다. 6개월, 1년은 성과가 안 좋을 수 있다. 그런데 2년, 3년째 수익률이 안 좋으면 문제가 있는 거다. 그때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믿고 기다리면 결국 성과로 보답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올해 설정액이 많이 늘어난 데는 ‘KB밸류포커스펀드’의 공이 크다(※설정액이 1조원 넘는 가치주 펀드다). 유행에 휩쓸려 펀드를 쏟아내는 걸 비판하더니, 새로 펀드를 냈다.



 “대표로 와서 새로 만든 펀드는 10여 개뿐이다. 그것도 꼭 있어야 하는 유형의 펀드인데 없다 싶은 것만 냈다. 밸류포커스펀드도 가치주 펀드가 없어서 팀을 새로 꾸려 내놓은 것이다. 중소형주 펀드도 아직 없다.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다.”



 -펀드 시장 전체로는 여전히 침체기인 것 같다.



 “이제 대량 환매는 끝난 것 같다. 바닥을 친 것 같다. 요즘은 주가가 오르면 환매가 나오고 내리면 펀드로 돈이 들어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2005~2007년처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지는 않겠지만 서서히 늘 것으로 본다. 장기적으로는 인구 구조상 자산운용 시장이 성장할 수밖에 없다.”



 -상반기엔 자문형 랩 열풍이 거셌다.



 “랩은 일대일 서비스를 기본으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그런데 그런 본질과 달리 증권사들이 자문형 랩을 공모펀드처럼 팔았다. 지금의 자문형 랩은 마치 자문사가 운용하는 펀드 같다. 펀드가 아니니까 규제 범위 밖에 있다. 그래서 8월 시장 급락 때 문제가 생긴 것이다. 결국 자문형 랩으로 쏠린 돈이 펀드로 돌아올 것이다.”



 -내년 주식시장은.



 “급하게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겠지만 연간으로 봤을 때 시장은 제자리걸음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펀더멘털이 좋지 않고, 중국도 경기 하강 국면에 있다. 그렇다고 크게 비관적이지도 않은 게 실적과 비교했을 때 주가가 싼 편이다. 저금리로 유동성도 풍부하다.”



 -내년에는 어떤 펀드에 투자해야 할까.



 “장기 투자자라면 적립식 투자를 계속하고, 시장이 일시 급락하면 목돈을 넣어도 괜찮을 것 같다.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이 상승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해외펀드보다는 국내펀드가 더 나을 것 같다. 유형별로 몰아 투자하지 말고 성장·가치·배당형 펀드에 나눠 투자해야 한다. 단기보다는 3년 정도 장기 수익률을 보고 펀드를 선택하면 좋을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본다.”



 -본인의 자산은 어디에 투자하나.



 “당연히 KB자산운용 펀드에 돈이 제일 많이 들어가 있다. 펀드와 부동산, 예금의 비중은 각각 50%, 25%, 25% 정도다.”



◆조재민 대표=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1988년 씨티은행에 입사해 외환 딜러로 일했다. 96년부터 앵도수에즈은행과 스탠더드뱅크 홍콩지점에서 아시아 채권운용을 담당했다. 2000~2009년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를 거쳐 2009년 KB자산운용 대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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