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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원의원, 동료 42명 선심예산 끼워넣기 고발하다

중앙일보 2011.12.13 03:00 종합 2면 지면보기
미국의 한 여성 상원의원이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선심성 지역구 예산을 끼워 넣은 동료 의원들을 고발하는 보고서를 펴냈다. 주인공은 민주당의 클레어 매캐스킬(Claire McCaskill·미주리·사진) 상원의원. 매캐스킬 의원은 미 하원 군사위원회가 2012 회계연도 국방예산이 포함된 국방관련법안을 심의한 과정을 분석한 16페이지짜리 보고서를 11일자(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 공개했다. 하원 군사위는 지난 5월 국방관련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매캐스킬 의원, 6개월 추적 보고서 WP에 공개

 매캐스킬 의원실이 6개월 동안 분석해 작성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하워드 매키언(공화·캘리포니아) 하원 군사위원장은 위원들로 하여금 법안 심의 때 지역구 예산이나 사업을 담은 수정안을 내게 하는 편법을 썼다. 그 결과 국방관련법안 심의 과정에서 제출된 수정안은 무려 225개에 이르며, 이 중 지역구 선심 예산용으로 분류된 수정안만도 절반이 넘는 115개에 달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런 방식으로 지역구 예산을 끼워 넣기 한 의원은 민주당 24명, 공화당 18명 등 42명이었고, 추가된 지역구 선심 예산은 모두 8억3400만 달러(약 9565억원)였다. 보고서는 “선심성 예산을 담은 수정안의 경우 위원들 서로가 암묵적으로 동의한 만큼 토론 없이 처리됐으며, 논의 과정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매캐스킬 의원은 지난해 중간선거 때 ‘이어마크(earmark)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공화당 초선 의원 13명이 선심성 예산을 편법으로 끼워 넣은 의원 명단에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목장 주인이 자신의 양임을 구분하기 위해 양의 귀에 작은 표시를 하는 데서 유래된 ‘이어마크’는 미국 정치에서 의원·공직자가 자신의 고향에 예산을 끌어오는 행위를 말하는 용어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승리해 미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존 베이너 하원의장 주도로 이어마크 자제를 결의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초선인 로버트 실링(공화·일리노이) 하원의원은 “무기 체계를 혁신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지역구인 일리노이주 록 아일랜드의 무기공장 실험실용으로 250만 달러의 예산을 끌어들였다. 또 비키 하츨러(공화·미주리) 하원의원은 2개의 수정안을 내 지역구 내 공군기지에 각각 2000만 달러씩 모두 4000만 달러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하츨러 의원이 예산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사업은 전임자 시절에 이미 추진했던 만큼 수정안이 필요 없는 것이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지난 5월 국방관련법안이 통과된 직후 해당 의원들은 자신의 인터넷 웹사이트에 예산이 배정된 지역구 사업을 의정활동 성과로 올려 놓았으나 현재 대부분 삭제한 상태라고 밝혔다.



 매캐스킬 의원은 “공화당 의원 중 일부는 자신들의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선심성 예산으로 추정될 만한 자료를 모두 삭제했다”며 “당당하다면 왜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다음 주 초 국방예산을 담은 국방관련법안을 마무리하는 상·하원 법안 조정위원회에서 ‘이어마크’ 예산들을 폐기시키지 않을 경우 상원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의 통과를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매캐스킬 의원은 1953년생으로 미주리대를 졸업했으며 검사·변호사를 지낸 법조인 출신 정치인이다. 지난달 30일 선심성 지역구 예산인 ‘이어마크’ 금지 법안을 발의하는 등 예산 개혁에 앞장서고 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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