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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거래한 국내 기업…미 대사관 직원, 방문 조사

중앙일보 2011.12.13 03:00 종합 6면 지면보기
주한 미국 대사관 직원들이 지난주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이란과 거래 중이거나 관계가 있는 우리 기업들을 방문해 교역 실태와 투자 계획을 조사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 사정에 밝은 한 외교 소식통은 12일 “주한 미 대사관의 경제과 직원 3명이 지난 7일 이란과 사업을 하고 있거나 할 계획이 있는 한국 기업 세 곳을 직접 찾아 이란과의 교역 현황과 사업 추진 계획 등을 물었다”고 말했다.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대북·대이란제재 조정관이 방한해 “이란 제재에 동참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로 다음 날 실태조사를 벌인 것이다.


대우조선 자회사 등 3곳 현황 물어
주재국 정부 안 거쳐 외교 결례 논란
대사관 측 “이란 제재안 알린 것”

 미 대사관 직원들이 방문한 곳은 대우조선해양E&R(DSME E&R) 등 세 곳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에너지 관련 자회사인 DSME E&R은 파푸아뉴기니와 인도네시아 등에서 해외 자원개발을 하고 있다. 이 소식통은 또 “해당 기업들은 ‘제재 수위가 높아 신규 투자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지만 갑작스러운 방문에 당황해 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의 대사관이 경제협력을 위해 국내 기업들과 접촉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특정 국가에 대한 제재 등 민감한 외교 문제가 걸려 있을 경우엔 주재국 정부를 거치는 게 통례다. 따라서 이란 제재를 둘러싸고 국제적 긴장이 높아진 시기에 미 대사관 직원들이 직접 한국 기업을 찾아 실태조사를 벌인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외교통상부는 미 대사관 측과 접촉해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 대해 익명을 원한 미 대사관 관계자는 “미국의 새로운 이란 제재안을 외교통상부와 기획재정부 등 한국 정부부처에 알린 것과 같은 맥락으로 세 기업을 방문해 새 제재안의 주요 내용을 알린(inform)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란 제재에 동참하라고 요구하는 미국의 직·간접적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제재안엔 이란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은 포함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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