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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턴 때 놓치고 … 전대서 야유받은 박지원

중앙일보 2011.12.13 01:10 종합 4면 지면보기
‘개문발차(開門發車)’한 야권통합열차 앞을 한 사람이 가로막고 있다. 열차가 출발해 그 앞에 섰다. 마지막 빈자리에 오르거나, 몸으로 막거나 두 가지 선택지가 남았다.


민주당, 통합안 압도적 찬성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처한 상황이다. 그는 민주당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세 차례 ‘통합 반대’ 연설을 했다.



 지난달 23일 당 중앙위원회에서 그가 “피를 토하는 심정이다. 이런 통합 안 된다”고 할 때만 해도 참석자들은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의 발언은 ‘애당심’ 때문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지난 8일 당 지역위원장 회의에서 “비장한 각오로 민주당을 지키겠다”고 선언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의 발언을 신호탄으로 ‘통합파’와 ‘사수파’ 간에 드잡이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가 11일 전당대회 단상에서 세 번째 “통합 반대”를 외칠 땐 야유가 퍼졌다. 야권 통합안에 대한 투표 결과는 찬성 4427표, 반대 640표로 나타났다. 당원들이 박 전 원내대표의 ‘집념’을 ‘어깃장’으로 판정한 순간이었다.



 박 전 원내대표 측근들은 투표 결과를 법정으로 가져가려 한다. 이른바 ‘당 사수파’ 원외위원장 20여 명은 13일 법원에 ‘통합안 의결 무효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들과 거리를 두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전당대회를 통해 모든 것이 마무리됐다. 이제 하나가 되자”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당대회에 대해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통합파 측은 박 전 원내대표가 한발 물러서는 듯하면서 원격조종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 통합을 베고 누워 죽는 심정으로 통합을 완수하려 한다”며 “더 이상 수레바퀴 밑에 괸 돌이 되려 하지 말고 수레바퀴가 되자”고 강조했다. 박 전 원내대표를 겨냥한 듯한 발언이다. 민주당은 13일 첫 합동 수임기관 회의를 열고 이번주 중 합당을 공식 결의한다.



 야권통합 신당 출범에 반대해온 박 전 원내대표이지만 신당의 지도부 경선에는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칼 뽑았는데 사과라도 잘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원한 수도권 의원은 “ 당권을 잡아 공천권을 손에 쥐 려다 (통합하면 대표가) 안 될 것 같으니까 버틴 것 아니냐”며 “유턴할 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한 동교동계 인사는 “박지원이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훈(遺訓)마저 흐리게 했다”고 비판했다. DJ는 생전 “7할을 내주고 3할만 갖겠다는 자세로 야권통합을 하라”고 했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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