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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재창당 위한 비대위원장은 안 맡을 것” … 비대위 출발부터 진통

중앙일보 2011.12.13 01:08 종합 4면 지면보기
한나라당 중진 의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조찬회동을 하고 당의 진로를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상수·홍사덕·이해봉·이경재 의원. 29명이 모인 이날 회동에서 참가자들은 당 지도부 공백사태 수습을 위해 박근혜 전 대표가 중심이 되는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안성식 기자]


박근혜
한나라당이 12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의 첫 단추는 끼웠지만 진통은 더 커지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 등 당 임시지도부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비대위 구성안을 매듭지으려 했다. 하지만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쇄신파 의원들이 비대위의 활동 목적을 ‘재창당 추진’으로 못 박아야 한다고 거세게 요구한 반면, 박 전 대표는 재창당을 전제조건으로 삼는 걸 거부했기 때문이다.

오늘 의총 열어 다시 논의



 쇄신파의 핵심인 정두언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신당 창당 수준의 재창당을 해야 한다. 박 전 대표가 현재의 위기 상황을 뛰어넘으려면 그것 말고 뭐가 있겠느냐”며 “당론으로 재창당을 결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식 의원은 “낡은 정치구조를 벗어나 건강한 중도보수를 만들자. 적절한 시기에 재창당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가까운 차명진 의원도 “재창당은 명문화해야 한다. 박 전 대표도 지금의 모습으론 안 된다”고 가세했다. 박 전 대표와 라이벌 관계인 정몽준 전 대표는 “비상 상황이 오래간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비대위는 정상적인 지도부가 탄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며 ‘조기 전대 개최’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최경환 의원은 “재창당 문제를 의총 한 번에 결론 내리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며 “발언 안 한 의원들도 많은데 그분들도 당 해체에 동의하는지 알아봐야 한다. 성급하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최 의원은 “신당 창당이든 리모델링이든 비대위가 결론 내리면 된다. 비대위를 빨리 구성하자는 합의부터 이루면 된다”고 말했다. 같은 박근혜계 윤상현 의원은 “국민이 믿는 건 박 전 대표뿐이다. 마지막 카드로 박 전 대표의 등판을 요구하고 있으니 그의 인격을 믿고 모든 걸 다 맡겨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발언한 33명의 의원 가운데 21명이 쇄신파에 동조하면서 재창당 문제는 13일 의총에서 다시 논의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이 12일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당의 진로에 대한 논의를 끝내고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남경필·구상찬·김성식 의원. [뉴시스]


 문제는 박 전 대표의 의중이다. 박근혜계의 한 핵심 인사는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위한 비대위와 달리. 재창당을 위한 비대위는 박 전 대표가 수용하기 어렵다. 그런 비대위라면 박 전 대표가 나설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쇄신파가 끝까지 비대위의 목표를 재창당으로 맞추려 한다면 박 전 대표가 비대위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측근은 “재창당을 하려면 어차피 창당 전당대회를 열어야 하는데 그 자리에서 박 전 대표가 정몽준·이재오 의원 등과 맞상대하는 것을 원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계의 반발이 심상치 않자 의총 후 정두언 의원은 “ 공천권 다툼을 하는 게 아니다”며 “(박 전 대표가) 재창당 후 선대위원장을 맡아 공천도 하고 선거지휘도 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창당 이후에도 박 전 대표가 총선 선대위를 이끄는 데 동의한다는 것이다. 2008년 총선 때의 악몽 때문에 공천에 대한 본능적 경계심을 품고 있는 박근혜계를 향한 타협의 메시지인 셈이다.



 ◆재창당은 MB와 선 긋기=이날 의총에선 이명박 대통령과 절연(絶緣)이 처음으로 공식 거론됐다. 원희룡 의원은 “헌 집에서 새 집으로 갈 때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며 “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버리고 가야 한다. 대신 쿨하게 정리 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제원 의원도 재창당을 강조하며 “이 대통령과의 단절이 아니라 조용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하·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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