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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호의 마켓뷰] 증시 본격 상승세 타기엔 아직 이르다

중앙일보 2011.12.13 00:51 경제 9면 지면보기
얼마 전 칼럼에서 내년 3월 이후 주식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올 연말부터 내년 2월까지 예상되는 조정기간에 주식 비중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추세 반전을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예상과 달리 요즘 증시에 낙관적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는데도 9일 세계 주식시장이 환호했다. 왜 세계 증시가 올랐을까. EU 정상회의에 앞서 열렸던 독일과 프랑스의 정상회담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과 유로본드 도입 등 실질적인 신용위험 완화대책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시장 참가자가 이미 눈높이를 낮췄기 때문이다.



 당장 시장은 아래보다는 위로 향할 것이다. 그러나 ‘주가는 옳다’며 전망을 수정하기보다는 이런 낙관적 분위기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기존의 전망을 고수한다. 앞으로 더 좋은 시장 진입의 기회가 올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조만간 유로존 이슈를 둘러싼 지형 변화가 다시 시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본다.



 이번 EU 정상회의에서 재정통합의 단초가 마련된 것은 분명하다. 특히 내년에 유럽안정메커니즘(ESM)을 조기 출범시키겠다는 합의는 한시적 위기관리체제를 항구적 시스템으로 교체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독일이 주장하는 ‘구속력 있는’ EU 재정통합(안)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독일 입장에서는 긴축을 통한 재정 건전성 확보를 요구할 수밖에 없지만, 나머지 국가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S&P가 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 6개국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 포함한 것도 부정적이다. 3개월 내에 AAA 등급의 강등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 2~4월 도래하는 이탈리아 국채 만기 위험이 다시 부상할 수 있다.



 더욱이 유로존 금융기관의 자본 확충 문제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내년 6월 유로존 은행의 결산기에 앞서 각 금융기관은 그리스에 대한 헤어컷(부채탕감) 비율 50% 적용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9%를 충족하기 위해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그 규모가 1147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3분 2 정도가 정부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 등 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자본 확충 부담이 있는 유로존 은행이 자금을 쉽게 풀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용경색이 단기간 내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유럽 주요국 증시가 지난 주말 급등했는데도 이탈리아 국채 10년물은 6.36%에 머물렀고, 유럽 은행 간 자금 경색도를 나타내는 유리보-OIS 스프레드는 0.96%로 여전히 높다.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했다면, 기대가 현실화된 이후 주가는 정체될 것이다. 아직은 유로존 이슈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시장이 추세적 상승으로 나아가기에는 아직 상황이 무르익지 않았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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