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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공부 않고 공만 차면 일본에 뒤진다”

중앙일보 2011.12.13 00:44 종합 35면 지면보기
박경호 선생이 경기도 양주의 자택에서 1956년 아시안컵 우승 때 찍었던 사진을 보며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한국 축구는 위기다. 올해가 한국축구 최악의 해라고 생각한다.”


국가대표 1세대 박경호 선생 쓴소리

 국가대표 출신으로는 현존 최고령인 축구계 원로 박경호(80) 선생이 한국축구의 현 상황에 대해 개탄했다. 박 선생은 1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본지와 만나 “프로축구 승부 조작부터 이수철 전 상주 상무 감독의 자살, 조광래 대표팀 감독 경질까지 올해엔 여러 (나쁜)일이 있었다”며 한국 축구에 쓴소리를 던졌다.



 박 선생은 최근 자신의 축구 인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 『공도 인생도 둥글다』를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축구선수가 꼭 알아야 할 70가지 덕목을 담았다고 했다.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이 책의 추천사에서 “고민 하나를 덜었다. 드디어 한국에서도 축구선수를 지망하거나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 등장했다”고 평가했다.



 박 선생은 현재 한국축구의 근본적 문제로 유소년 교육부터 잘못됐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1994년부터 일본의 프로축구단 오이타 트리니타에서 17년 동안 행정가로 일하면서 일본축구를 가까이서 관찰해왔다.



 박 선생은 “일본이 무조건 옳다는 것이 아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은 유소년 축구선수에게 이기는 법만 가르친다. 반면 일본은 인성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도 뒤늦게 선수에게 공부를 시키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해왔던 일이다. 유소년 때는 이기는 축구가 앞설지 몰라도 성인 축구에선 다르다. 앞으로 창의적인 축구가 대세를 이루기 때문에 지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는 “지난 8월 일본 삿포로에서 한국 대표팀이 일본에 0대3으로 참패하는 것을 직접 보고 느꼈다. 이제 변해야 할 때다”며 한국축구의 혁신을 강조했다.



 박 선생은 한국축구 1세대를 대표하는 축구계 원로다. 그는 해방 후 축구화만 목에 걸고 황해도 해주에서 남쪽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경신중학교(6년제)·경희대에서 선수로 활약했다. 한국이 첫 정상에 오른 1956년 아시안컵 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당시 한국은 홈팀 홍콩과 비기고(2대2), 이스라엘(2대1)과 베트남(5대3)을 꺾고 우승했다. 그는 “대한축구협회 직원이 세 명뿐이고,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 값도 외상으로 샀다”며 당시 열악한 상황을 떠올렸다. 박 선생은 그 뒤 7년 동안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현재 생존해 있는 축구 국가대표 출신 가운데 최고령이다.



 선수생활을 마친 박 선생은 한양공고와 건국대·육군사관학교·서울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1972년부터는 KBS 축구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1993년에는 후배 노정윤을 새로 창설한 J-리그로 보내며 일본 프로축구와 인연을 쌓았다. 1994년엔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오이타의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관중수를 크게 늘리는데 기여했다.



글·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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