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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선거의 해에 성장률 낮춘 ‘용감한 전망’ … 박재완 뚝심 통할까

중앙일보 2011.12.13 00:29 경제 2면 지면보기
12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 등 각 부처 장관들이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5%에서 3.7%로 낮췄다. 왼쪽부터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박 장관,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연합뉴스]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다.”

[뉴스분석] 2012년 경제정책 방향



 어떤 정부도 쉽게 하기 어려운 얘기다. 7% 성장을 내걸고 출범한 현 정부로선 더 그렇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12일 이런 발표를 했다. ‘2012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서다. 재정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 3.7%는 올해 예상치 3.8%보다 낮다. 과거 같았으면 정책 의지를 담아 ‘4% 안팎’이라고 했을 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정책 의지를 덜어냈다. 대신 경제정책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감안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인 상황이라 4% 목표를 내걸고 ‘나를 따르라’고 해봐야 먹히지 않을 것이란 점도 고려됐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막판까지 고심했다. 결국 ‘신뢰의 세금’을 줄이는 쪽으로 기울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책의지를 과감히 표현해 의욕을 부추기는 측면과 시장 신뢰를 잃어서 정책이 시장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될 부정적 측면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신뢰가 우선이고, 솔직하게 소통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기중기가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2일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율이 올해 19.2%에서 내년 7.4%로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특히 조선·반도체 업종의 수출에 먹구름이 드리울 것이란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의왕=블룸버그]<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3.7%는 곧 인위적 경기 부양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과감한 결정이다. 재정부 내에서조차 “이래도 되느냐”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해봐야 소용없다는 판단이 앞섰다.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의 3% 이하로 하는 유럽연합(EU)의 새 협약이 갖는 의미는 크다. 당분간 세계적으로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책은 없다는 뜻이다. 한국 정부의 ‘나 홀로 부양’이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3.7% 전망’은 두 가지 효과를 낳았다. 앞에는 방화벽을, 뒤에는 퇴로를 확보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복지 확대 요구는 거세다. 낮은 성장률은 예산 상황을 더 빡빡하게 만드는 효과를 냈다. 또 정부가 곳간 열쇠를 꽉 움켜쥐었다는 건 거꾸로 정부가 필요할 땐 곳간을 확 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 장관은 이날 “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큰 폭으로 둔화하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는 이왕 쓸 돈을 빨리 푸는 식(재정 조기집행)으로 버티고,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다시 생각해 보겠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올해 경제정책방향에는 ‘방향’만 있고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부 대책으로 내놓은 정책은 열심히 일하는데도 좌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워킹 푸어’ 계층을 달래는 데 맞춰졌다. 얼개는 두 가지다. 건전한 재산 형성을 돕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워킹 푸어의 좌절의 근원이라는 판단에서다. ‘재형 펀드’는 전체 근로자의 86%가 수혜를 받는다. 빈곤층이 아닌 중산층 대책인 셈이다. 금융시장에서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기로 한 것도 결국은 가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결국 다시 문제는 성장이다. 두 해 연속 3% 성장을 하게 되면 잠재 성장률까지 3%대로 낮아질 우려가 있다. 재정부가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하면서 ‘내년 4분기 성장률은 잠재성장률(4%) 수준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세원 확대 등을 통해 재정 상황을 내년에는 그럭저럭 유지하더라도 성장 둔화가 지속돼서는 균형 재정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 내년 4분기 성장률이 윤곽을 드러낼 시점은 대통령 선거(12월 19일)가 한창일 때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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