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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 민자도로에 뭉칫돈 몰린다

중앙일보 2011.12.13 00:24 경제 1면 지면보기
인천대교


“사업을 할 거냐 말 거냐, 우여곡절이 참 많았죠. 투자를 못 받아서 계약이 해지될 뻔한 걸 3차에 걸쳐 가까스로 연장했습니다.”

민자사업 ‘미운오리’ 탈피하나
금융사들 “연 6% 수익 … 채권보다 낫다”



 제2영동고속도로주식회사 설주석 부장은 “지난 3년이 참 길었다”고 했다. 경기도 광주와 강원도 원주를 잇는 제2영동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위해 정부와 실시협약을 맺은 게 2008년 5월. 하지만 곧이어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돈줄이 싹 말라버렸다. 부동산 경기가 고꾸라지면서 건설사들도 발을 뺄지 말지를 고민했다. 과연 공사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그런데 올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산업은행이 주관한 이 사업에 돈을 대겠다며 주요 은행과 보험사, 새마을금고 등 28개 기관투자가가 뛰어들었다. 지난달 1조700억원의 투자금을 모두 성공적으로 모았고, 이달 중 첫 삽을 뜬다.



 애물단지였던 민자고속도로 사업에 수조원대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초 제2영동고속도로가 물꼬를 튼 뒤, 대형 사업들이 연이어 투자자 모집에 성공했다. 지난달 말 금융약정을 맺은 ‘제2경인연결고속도로’는 목표금액(6600억원)의 3배에 달하는 신청금액이 들어올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올 한 해 최대 규모인 ‘구리~포천고속도로’(1조2800억원) 역시 목표보다 많은 돈이 몰렸다. 주관사인 산업은행은 자금 배정에 고심 중이다.





 민자고속도로 사업은 한동안 ‘올스톱’ 상태였다. 통행량이 예상만큼 안 나오면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주는 ‘최소수입보장’ 제도가 2006년 사라지면서 투자매력이 확 떨어진 탓이다.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이들 사업은 3~4년씩 묵은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금융회사로 몰린 돈 때문이다. 금융사마다 쌓아둔 돈은 많은데 마음 놓고 투자할 곳이 없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었고, 주식시장은 올 들어 내내 지지부진했다. 시장금리도 크게 떨어져 국고채는 3%대, 회사채는 4%대 중반에 그친다. 금융회사들로선 워낙 돈 굴릴 곳이 없다 보니, 민자고속도로가 상대적으로 괜찮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최근 나온 민자고속도로 사업이 제시하는 수익률은 연 6%(세전, 고정금리) 정도다. 설사 사업이 중간에 해지돼도 정부가 원금은 100% 보장하는 구조다. 알리안츠생명 박대양 자산운용실장은 “ 국가사업이라 위험이 적고, 수익률도 일반 투자사업보다 좋은 편”이라며 “20년 정도 장기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투자금 모집이 활기를 띠면서 밀려있던 1조원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상주~영천, 인천~김포 구간 고속도로가 내년 초 약정체결을 목표로 대기 중이다. 영천상주고속도로주식회사 최종수 대표는 “최근 대출의향서(LOI)를 받은 결과 모집하려는 금액의 두 배 정도가 몰렸다” 고 말했다.



금융권의 관심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산업은행 PF1실 김훈 팀장은 “ 1조원 넘는 사업들은 내년 1분기 중 소화된다”며 “이후엔 3000억~4000억원짜리 직선화 사업 위주로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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