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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핵연료 주기 완성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2011.12.13 00:00 종합 37면 지면보기
박군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최근 열렸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은 원자력 기술 개발, 안전조치와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들이 심도 있게 토의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원자력은 미국과의 협력에서부터 시작됐다. 미국 기술과 경험의 전수가 없었다면 현재의 성취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의 평화적인 활동을 위해 감내해야 할 많은 제약 또한 미국과의 원자력협력 협정에서 비롯됐다. 특히 원자력 관련물자의 재수출, 이전,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등은 우리나라 원자력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상당 부분 완화돼야 할 사안들이다.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은 1974년 체결돼 41년을 기한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당시의 국제적인 기술 수준과 안보 현황은 현재와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이를 반영, 양 측에 모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정이 개정돼야 한다. 그러나 국제 핵비확산 체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핵무기 제조에 전용될 수 있는 농축, 재처리 기술 등 민감 기술과 관련 물자에 대한 확산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특히 북한과 이란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농축이나 재처리 문제와 관련해 미국 측의 전향적인 입장을 끌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은 전통적인 혈맹관계이며 원자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가 투명한 원자력 활동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미국 핵 비확산 정책을 일관되게 지지해 왔다는 것을 미국도 인정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협정이 개정되면 최소 10년 이상 효력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많은 부분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야 함은 당연하다. 특히 사용후핵연료 처분, 후속기 건설 일정 등 우리나라의 원자력 개발계획에 대해 좀 더 현실적인 일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2016년에 사용후핵연료 저장공간 포화가 되기 때문에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때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논리성이 결여돼 있다. 이처럼 무리한 주장보다는 NPT에 명시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권리에 대한 보장, 민감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차원의 접근 필요성, 핵확산 방지를 위한 국가 차원의 대책 등 우리의 준비사항을 인식시켜야 한다. 구체적인 문안보다는 재처리나 농축 등 민감 기술에의 접근이 최소한 연구개발 차원에서 가능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원자력은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대체할 수 없는 필수 에너지원이며, 미래 수출 전략에도 매우 중요한 축을 담당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핵심기술에 대한 국산화 달성, 그리고 핵연료 주기 완성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저농축 등 핵연료 주기 완성에 필요한 부분의 기술 개발과 제작 활동이 자유로워야 한다. 이런 면에서 통과해야 할 첫 번째 관문이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고, 그 결과는 우리 원자력의 미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상호 호혜의 원칙에 입각해 대등한 입장에서 원활한 협상을 기대해본다. 아울러 우리 국민은 물론이고 언론 및 정치 일각에서 보수적 핵주권 논리나 선동적 주장으로 우리 원자력 산업의 미래를 위한 합리적인 협상에 부담을 주어서도 안 될 것이다. 협상자들의 전문 지식과 국익에 대한 열정을 믿고 지켜 봐야 할 것이다.



박군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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