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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手無分錢 수무푼전

중앙일보 2011.12.11 23:41
중국 상고시대에는 쇠(金)로 만든 농기구가 교역의 매개였다. 그런데 교역 물품과 거래 관계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뭔가 기준이 될 물건이 필요했다. 거래되던 농기구 중 얇게(<620B>) 깎은 쇠가 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생긴 게 바로 ‘錢(전)’이다. 고대 한자사전인 국어·주어(國語·周語)는 “글자 ‘錢’은 쇠로 된 돈(金幣)이다”고 했다.



돈을 뜻하는 또 다른 단어 ‘폐(幣)’는 직물(布綿)과 관계 있다. 사람들이 선물을 주고받을 때 직물을 사용했고, 이것이 화폐로 발전한 것이다. 자전 설문(說文)은 “글자 ‘幣’는 ‘綿(면)’이다”고 해석하고 있다. ‘貝(패)’도 물자 교환의 수단이었다. 금속화폐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조개껍데기가 돈으로 활용된 것이다.

춘추전국시대에는 이미 제조 화폐가 사용됐다. 중원에 자리 잡고 있던 조(趙)·한(韓)나라 등은 직물로 된 화폐(布幣)를 썼고, 산동(山東) 쪽 제(齊)나라는 칼 모양의 화폐(刀幣)를 유통했다. 동전 형태의 원형 금속화폐를 처음 쓴 나라는 진(秦)나라다. 오늘날도 쓰는 ‘錢’이 등장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돈을 좇는다. 그러나 돈은 패가망신의 원인이기도 하다. 전한(前漢)시대 관원이었던 관부(灌夫)는 성격이 매우 강직했으나 술을 좋아했다. 한 번은 승상 전분(田汾)이 아내를 맞아들이면서 연회를 열었다. 관부는 전분에게 다가가 술을 권했으나, 전분이 이를 거절했다. 기분이 상한 관부는 이번에는 옆에 있던 임여후(臨汝候)에게 술을 권했다. 임여후는 마침 호위무사인 정불식(程不識)과 귓속말을 나누던 차였다. 역시 냉대를 당했다.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한 관부는 술김에 임여후를 향해 ‘내가 정불식이라는 자는 한 푼어치도 쓸모가 없다(不直一錢)고 했거늘, 어찌 귓속말로 소곤거리는 것이오?”라고 소리쳤다. 이 일로 관부는 전분에게 미움을 샀고, 결국 불경죄로 죽임을 당했다. ‘한 푼어치의 가치도 없다’는 뜻의 불치일전(不値一錢)에 얽힌 고사다.



직장인들이 기묘년 한 해를 마감하며 올해의 성어로 수무푼전(手無分錢)을 꼽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잇따른 금융위기에 찌들대로 찌든 서민들의 삶을 반영한다. ‘불치일전’의 고사를 생각하며 마음의 위안을 삼는 것은 어떨까.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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