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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8월 29일 멘토 모임서 “저 서울시장 하면 안 됩니까”

중앙선데이 2011.12.11 02:16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안철수 멘토단 형성부터 사실상 해체까지

한국 정치 사상 유례가 없는 ‘안철수 신드롬’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치판엔 얼굴 한 번 내민 적이 없는 안 교수에 대해 유권자들은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신드롬’에 뭔가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무엇보다 그의 멘토(mentor·조언자나 스승)로 알려졌던 사람들이 거리를 두기 시작하고 있다. 제3당 창당을 강력히 주창하던 법륜 스님은 “나는 더 이상 안철수의 멘토가 아니다”며 독일로 떠나 버렸다. 시골의사 박경철씨는 내년 1월부터 2년간 해외에 머물겠다고 밝혔 다. 윤여준·김종인 전 장관은 안 교수에 대한 실망감과 불쾌감을 공공연히 드러낸다. 안 교수와 이들 사이에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중앙SUNDAY가 윤여준·김종인 두 전직 장관을 인터뷰해 상황을 재구성했다. 법륜 스님, 박경철씨, 최상룡 전 주일대사(일본 체류 중)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8월 26일, 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29일 밤, 서울 서초동 법원 단지 맞은편에 있는 평화재단 사무실엔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그의 멘토 5명이 모였다. 법륜 스님, 윤여준·김종인 전 장관, 최상룡 전 주일대사, 의사 박경철씨다. 그동안 청춘콘서트를 함께 주도해 온 이른바 ‘6인 모임’이다.



서울시장 얘기는 여기서 처음 나왔다. 안 교수가 불쑥 “제가 서울시장 하면 안 됩니까”라고 물었다는 것이다. 반대가 많았다. “정치를 하려면 총선 출마가 정도다”(김종인 전 장관), “의미와 명분이 없다”(윤여준 전 장관), “에너지만 분산시킨다”(법륜 스님)는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안 교수는 그래도 출마의사를 꺾지 않았다고 한다. 회의는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31일 그의 출마는 엉뚱한 과정을 통해 기정사실화됐다.

윤 전 장관의 기억이다.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가 박경철씨에게 ‘여론조사를 해 보니 박원순 변호사의 지지도는 8%가 안 되고 안철수 교수는 30%를 넘는데 기사 말미에 안 교수의 시장 출마 여부를 붙일 생각이다. 안 교수가 출마를 진지하게 검토 중이란 기사가 나가면 박 변호사가 출마를 포기할지도 모른다. 안 교수의 출마 여부를 알려 달라’고 물어왔다는 것이다. 박경철씨가 내 의견을 묻길래 나는 ‘나쁘지 않다’고 말해 줬다.”



박씨는 오마이뉴스에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고 확인해 줬다. 다음 날 오마이뉴스엔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 결심 임박’ 기사가 나갔다.

한 줌의 불씨가 광야를 불사른다고 했던가? 안 교수가 출마할 의사가 있다는 기사가 나가자 가뜩이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식상해 있던 메마른 민심이 폭발했다. 엄청난 기세로 안철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민심은 불붙는데 출마의사를 비쳤던 안 교수가 직접 언론에 나서기를 주저한 것이다. 윤 전 장관은 “우리가 확인해 줘 기사가 나갔는데 이제 와 회피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라고 문제 제기를 했다. 그런데도 안 교수와 박경철씨가 ‘못 하겠다’고 해 결국 내가 언론 창구가 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윤 전 장관은 안 교수가 시장이 되는 건 의미가 작고 명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구상은 ‘여야가 아닌 제3세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안 교수는 인적·물적 기반도 없으니 출마하자마자 지지도를 확 끌어올려 일방적인 게임이 되게 해야 하고, 그러려면 제3세력을 언급해 상승기류를 만들어 내자는 전략이었다.



윤 전 장관은 9월 3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제3세력을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안 교수를 대선 후보로 관찰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기사를 전후로 해서 분위기가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윤 전 장관에 따르면 출마하면 안 되느냐던 안 교수가 갑자기 “못 나가겠다”고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의절한다고 했답니다. 딸도 반대하고요. 한국에서 정치한다는데 반대 안 할 가족은 없다. 그런 생각도 안 했느냐고 했죠.” 윤 전 장관의 말이다.

이에 대한 안 교수의 대답은 “생각보다 완강하다. 시간을 좀 달라”였다는 것이다.



안 교수가 박원순 변호사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건 9월 6일이었다. 50% 가 넘는 지지를 받던 안 교수가 5% 안팎의 박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것은 유권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하지만 윤여준·김종인 전 장관에 따르면 안 교수는 이미 그 이전에 서울시장에 안 나갈 뜻이 분명했다는 것이다.



“안 교수가 9월 3일인가, 4일에 못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주변에선 ‘너무 단정적으로 말하지 말라’고 권했고요. 그래서 저는 안 교수의 출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언론에 답했습니다.”(윤여준)



이 과정에서 안 교수와 윤 전 장관이 등을 돌리는 일이 벌어졌다. 중앙SUNDAY에 윤 전 장관 인터뷰 내용이 나간 4일, 안 교수는 전남 순천에서 “제 멘토가 300분 정도 되고 이념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김종인 전 의원, 방송인 김제동·김여진씨 등 다양한 사람이 조언해 주고 있다. 윤 전 장관이 인터뷰에서 많은 말을 했는데 솔직히 이젠 더 말씀을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모든 결정과 책임은 내 몫이고 그분 말씀대로 될 것이라고 오해하지 말아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이 발언을 한 뒤 안 교수가 내 휴대전화에 ‘장관님을 보호하기 위해 한 말이니 널리 이해해 주세요’란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어느 쪽이 진심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전 장관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는 “나는 시장에 출마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안 교수와 박경철씨가 생각을 맞춰 들어왔더라. 더 얘기할 게 없어 나는 회의하다 한 시간 만에 나왔다. 그 뒤 세 시간가량 토론이 이어졌고 안 교수가 출마를 결심했다고 들었다. 다음 날 최상룡 전 주일대사가 ‘출마한다’고 전화를 걸어 왔다. 한나라당이나 야권과 연대하지 않고 자력으로 간다고 했다. 나는 ‘당신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했다. 안 교수가 출마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4일 저녁에 들었다. 당을 만드는 게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을 수 있고 서울대 온 지 얼마 안 됐다는 부담감도 있었을 것이고…. 아무튼 안 교수가 박 변호사를 만나러 갈 때는 이미 출마를 포기한 상태였다.”



그렇게 쉽게 포기할 것이면 안 교수는 당초에 왜 서울시장 출마를 생각했던 것일까. 김 전 장관은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안 교수가 서울시장에 나가겠다고 해서 내가 ‘국회의원부터 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안 교수는 국회의원은 하는 게 아무것도 없지 않으냐고 물었다. 나는 의원 한 사람이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안 교수는 ‘정치는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은 행정이니 잘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런 문답이 있기 오래 전에 내가 안 교수에게 정치를 하라고 권유한 적이 있다. 그때 안 교수는 ‘여태까지 모든 걸 혼자 결정해 왔는데 정치는 남의 협조를 얻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정치 참여에 대해 결심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지난 3월부터 청춘콘서트를 기획해 안 교수를 끌어들여 사실상 ‘안철수 신드롬’의 진원지 역할을 했고 6개월간 멘토를 했던 윤여준·김종인 두 사람은 안 교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다음은 그에 대한 일문일답이다.



윤여준=안 교수에겐 최고경영자(CEO)의 면모가 있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상당히 따지는데 나는 이게 이명박 대통령과 비슷해 위험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CEO 마인드론 정치 과정이란 게 시간과 정력의 낭비로 보인다. 생략하고 싶어 한다. 안 교수는 의사 출신이고 정보기술(IT) 분야를 한 사람이어서 정치현상도 자연과학도의 눈으로, 수학적으로 뜯어보려고 한다. 예컨대 상황이 어렵다고 말하면 판단의 논리적 근거가 뭐냐고 따져 묻는다. 하지만 한국 정치란 게 수학적으로 뜯어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언제나 오리무중이고 안개정국 아닌가.



-안 교수의 핵심 키워드는 뭔가.

“평소 강조하는 가치는 공정과 공평이다. 대기업이 강자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는데 그것은 공정한 게 아니란 주장이다.”



-북한에 대해선 법륜 스님과 안 교수의 입장이 다른 것 같은데.

“안 교수가 말하는 상식으로 볼 때 북한을 납득할 수 있겠나. 법륜 스님은 북한을 많이 알고 정권과 인민을 분리해 생각한다. 동포가 굶어 죽는 것을 눈뜨고 못 보겠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건 아닐 것이다.”



-안 교수는 보수인가 진보인가.

“가정 출신이나 성향 등 기본적으론 보수적인 사람이다. 무엇보다 큰 회사를 갖고 있지 않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대해선 굉장히 비판적이다.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조금 더 강했다. 한나라당이 집권당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본다.”



-대선에 나설 것이라고 보나.

“강남에 안 나가고 신당 안 만든다는 기자회견을 했지만 정치를 안 하겠다는 얘기는 안 했다.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라고 본다. 안 교수가 말할 땐 워딩(wording)을 잘 살펴야 한다. 짧지만 정교하다. 보통 정치인이 말하는 것처럼 포괄적으로 하지 않는다. 예컨대 강남에 안 나간다는 얘기와 총선에 안 나간다는 말은 차이가 있다. 물론 강남에 안 나온다고 해서 곧바로 총선에 나온다는 뜻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김종인=나는 CEO 하던 사람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는 것에 반대한다. 컨센서스를 이루는 과정이 CEO와 정치지도자는 다르다. 커뮤니케이션 방법과 나중에 컨트롤하는 방법도 다르다. CEO는 자기 마음에 맞지 않으면 잘라 버리면 그만이다. 마음대로 운영할 수 있다. CEO가 정치에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다. CEO 성격을 가진 사람은 국회는 낭비고, 국회의원은 아무것도 하는 게 없다고 한다. 그래서 CEO 대통령은 절대로 성공하기 어렵다.



-‘강남 출마 안한다’는 걸 어떻게 보나.

“서울시장에 나간다고 했을 때 이미 정치를 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한 것이다. 의지가 있으면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안 교수의 태도란 게 ‘나는 백조인데 오리가 노는 곳에 들어갈 수는 없다. 백조로 있다가 어떻게 해 보겠다’는 식인데 이건 기회주의적인 생각이다. 무임승차를 노리는 자세다. 총선 출마를 하면 오리가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국회의원이 되면 여러 가지 능력이 평가돼 현재보다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여론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사람인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탤런트가 인기 관리하는 것보다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 추측한다.”



-안 교수는 정치 의지가 있나.

“원래 기업 하던 분인데 조심스럽지 않겠나. 정치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열정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가만히 숨기고 있다가 갑자기 나와서 뭘 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건 착각이고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그런 식의 지도자가 나오면 꼭 권위주의적 통치로 갈 수밖에 없다. 의회에 대한 상식이 없으니 자기 뜻대로 안 되면 권위만 부릴 수 있다.”



-안 교수의 이념은 뭔가.

“진보니 보수니 하는 것은 시대 정신에 맞지 않는다. 다만 안 교수가 공자 같은 말씀만 던지는데, 그런 것 갖고선 정치를 할 수 없다. 현재 정치·사회·경제 문제에 대한 그의 비판 인식은 올바르다. 그래서 젊은 세대가 공감한다. 그렇다고 해결책이 있어서 박수를 치는 것은 아니다. 문제를 인식했다면 어떻게 매니지 할지 해법을 내놔야 한다. 안 교수는 높은 지지도를 겪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을 게다. 우선 자기도 깜짝 놀랐을 것이다. 이를 잘 유지하면 어느 날 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망상에 빠지지 않았나 싶다.”



최상연·채병건 기자 chois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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