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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통신망이라고? 이젠 외부와 뚫린 공개 게시판

중앙선데이 2011.12.11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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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중심 법원 ‘코트넷(scourtnet)’과 검찰 ‘이프로스(e-pros)’

법원과 검찰의 ‘내부통신망’이 대한민국 사회 갈등의 한복판에 섰다.

내부통신망은 말 그대로 일정 자격을 갖춘 구성원만 접속할 수 있는 ‘폐쇄 네트워크’다. 그러나 법원, 검찰의 내부통신망 게시판에 일선 판사와 검사들이 올린 글이 바깥에 알려지고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특정 집단이 소통하는 공간을 넘어 ‘사회적 매체(social media)’의 역할로 변모하고 있다.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scourtnet)’은 법원(court)과 네트워크(network)를 합성한 단어다. 법원은 여기에 ‘최상위(supreme)’를 뜻하는 ‘s’를 덧붙여 쓰고 있다. 검찰의 내부통신망 ‘이프로스(e-pros)’도 전자메일(email) 등에 쓰이는 ‘e’와 검사(prosecutor)를 뜻하는 영어단어를 조합한 용어다.



내부통신망이 널리 쓰이게 된 것은 2000년대 초반 법원과 검찰 업무가 전산화되면서다. 경찰·검찰·법원을 연결하는 형사사법포털 ‘킥스(kics)’ 시스템이 원조 격이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은 내부통신망 내 게시판이다. 법원과 검찰은 자유발언, 토론 등 항목별로 몇 개의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직업 특성상 게시판에는 업무와 관련된 다양한 의견이 올라온다. 때로는 조직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하고, 고언(苦言)을 하는 경우도 있다. 구성원들은 다양한 댓글로 자신의 의견을 덧붙인다. 이 과정에서 일선 판사와 검사들이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들이 바깥에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대된 것이다.



게시판에는 외부인의 접근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 그러나 법원과 검찰 조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은 데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 외부에 유출되는 경우가 잦아 사실상 ‘공개 게시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판부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법원 특성상 ‘코트넷’엔 글이 자주 올라오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조직에 대한 불만이나 법원 수뇌부에 대한 비판 글의 수위는 높은 편이다. 내부통신망을 통한 의견 제시는 법원보다 검찰이 더 활발하다. 판사들은 퇴직할 때 지인들에게 e-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인사를 하지만, 검사들은 이프로스에 퇴임의 변을 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내부통신망이 논란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조직의 내부 갈등이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법원과 검찰의 내부통신망은 일선 판사와 검사들의 정치적 의견을 표출하는 장(場)으로 변질됐다. 이번 한·미 FTA 논란에서 김용남 부장검사의 주장을 반박했던 정영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하던 2007년 ‘사법불신’ 문제를 들어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글을 코트넷에 연달아 올렸다. 정 부장판사는 외부 인사인 최재천 의원이 인터넷 신문에 자신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하자, 코트넷을 통해 이를 반박하기도 했다. 내부통신망을 외부와 소통하는 매체로 삼은 것이다.



법원과 검찰 내부에서는 “내부통신망 게시판이 정치적 의도를 가진 일부 구성원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내부 구성원들 간 소통의 공간이 돼야 할 내부통신망 게시판이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사회적 매체’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법원과 검찰의 ‘침묵하는 다수’는 내부통신망에 올라오는 글을 더 이상 순수한 충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법원과 검찰 안팎에서는 논란이 된 글의 작성자가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의도가 있다거나 선거 출마 등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소문이 돌곤 한다.



한 판사는 “내부통신망의 글을 특정 성향의 언론매체에 보내거나 넌지시 알려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도 “통신망에 올라오는 글 가운데 조직에 대한 충정보다는 개인적 의도가 더 크지 않나 의심스러운 경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법원은 지난해 ‘사법부 전산망을 이용한 그룹웨어의 관리 및 운용에 관한 규칙안’을 입법예고하고 코트넷에서 정치적 활동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 검찰의 경우 아직 관련 규칙 제정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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