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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세금 더 거둘 수 있는 네 가지 방법

중앙선데이 2011.12.11 02:33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최종학의 경영산책 ⑧

레이건 대통령이 취임할 1981년 당시 미국 경제는 악화일로에 있었다. 레이건은 10%가 넘던 인플레이션율을 집권 2년 만에 4% 이하로 낮추었으며, 개인소득세율을 1986년까지 28%로, 법인세율도 50%대에서 30%대 중반으로 낮췄다. 그 결과 미국 경제는 급속하게 되살아났고, 휘청거리던 미국은 다시 세계의 강국으로 허리를 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레이건의 정책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감세를 한 만큼 경제가 활성화되고 세금이 더 걷혀야 재정의 균형이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감세를 너무 많이 하면서 국방 분야의 지출을 대폭 늘린 덕분에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었다. 레이건의 정책은 부시 대통령에 의해 계속 이어졌다. 그 후 클린턴 대통령이 집권하자 약간의 수정이 이루어졌다. 32%까지 내려갔던 법인세가 35%로 약간 올라갔다. 또한 이자율을 거의 제로 수준으로 낮추어 소비를 장려하는 정책을 썼다. 이 기간 미국 경기는 계속 활황을 보였다. 재정적자는 계속 줄어들어 클린턴 임기 말에는 균형재정을 달성할 정도였다. 당시까지의 학설로 보나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현상으로 보나 증세를 하면 경기가 악화되고 감세를 하면 경기가 활성화됐다. 그런데 클린턴 집권기에는 그런 일반적인 견해와 반대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 덕분에 클린턴도 레이건 못지않은 유능한 대통령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오늘날 돌이켜보면 클린턴 시기의 경제 활황은 상당 부분 정보기술(IT)과 부동산 버블 덕분이었다. IT 버블은 클린턴의 임기가 끝나는 2000년에 터졌고, 부동산 버블은 2007년에 가서야 터졌다. 클린턴은 부동산 버블이 터지기 오래전에 임기를 마쳐 비난의 화살에서 일부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소득이 없는 실업자도 집값 전액을 대출 받아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그의 정책이 부동산 버블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의 여지가 적다. 버블이 커지던 상황이라 경기가 호황을 보인 것이다.



이처럼 경제정책의 효과를 정책 발효 즉시 판단하기는 어렵다. 증세나 감세의 효과도 마찬가지다. 효과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다른 정책들이 동시에 실시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를 보고 그것이 세금 때문이라고 꼬집어 말하기도 쉽지 않다.



지금 미국에서는 증세에 대한 찬반 양론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건 재정적자 규모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급속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 시절 적자 규모는 매년 1000억~3000억 달러였다. 그런데 2008년 5000억, 2009년 1조4000억, 2010년 1조3000억 달러 등 급속히 늘어났다.



미국은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다. 사실 다 망해가는 그리스보다 더 어렵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이점만 없었다면 벌써 파산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증세를, 공화당은 정부 지출 축소를 주장하며 팽팽히 맞붙고 있다. 사실 필자가 보기에는 이 둘을 다 함께 실시해도 재정의 수지 균형을 회복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달러를 찍어내 뿌려도 경기회복이 지지부진한 상황 아래서 달러 찍어내기를 멈추고 세금을 올린다면 경기가 악화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세율을 높이는 건 쉽지 않다. 레이건 대통령 당시는 전 세계적으로 세율이 높던 시기라 세율을 20%씩이나 급격히 낮출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현재 상황에서 보면 미국의 법인세 35%가 전 세계에서 제일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쟁자인 프랑스나 독일이 30%대 초반이며,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10%대다. 개인 소득세는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매우 높은 편이다. 미국보다 더 높은 나라들은 복지국가라고 불리는 몇몇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세율을 더 올린다면 기업이나 개인들의 해외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다. 따라서 올려도 겨우 몇 % 올릴 수 있을 뿐이며 올린 효과도 미미할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미국 여야가 위기 극복을 위해 함께 강구하는 또 한 가지의 방법은 세제를 전면 수정하는 것이다.

첫째, 미국에서는 인터넷 상거래에 대해서는 거의 과세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의 경우 본사나 배송센터가 있는 주가 아닌 다른 주에서 거주하는 사람이 책을 구입하면 판매세가 면제된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인터넷 업체에 대한 이런 세금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둘째, 개인사업자에 대한 세제 개편이다. 주식회사의 경우는 회사의 소득에 대해 회사가 소득세를 지불한 후, 남은 소득 중 일부가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지불된다. 주주들은 배당소득에 대해 다시 세금을 지불하므로 이중과세인 셈이다. 그런데 개인사업자들은 소득세를 한 번만 지불한다. 따라서 비슷한 소득이라면 개인사업자는 세금을 덜 내는 셈이다. 이런 점을 고쳐서 개인사업자의 세 부담을 늘리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셋째, 국외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다. 미국 기업들은 해외에서 올린 이익이 국내로 송금될 경우에만 과세 대상이다. 이를 이용해 세율이 낮은 국가에 별도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이익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



넷째, 여러 명목의 소득공제 제도를 없애는 것이다. 소득공제는 특정 범주에 해당하는 개인이나 기업의 일부 소득을 세금 계산에서 빼주어 세금을 줄여주는 제도다. 조건에 맞는 특정 집단에만 혜택을 베푸는 셈이다. 선심성 정치인들이 항상 법을 개정해 소득공제를 받는 대상자 수를 계속 늘려왔다. 이를 모두 없애거나 대폭 줄임으로써 세금을 늘릴 수 있다.



각종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이런 미국의 사례에서 교훈을 배워야 할 것이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우리가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훗날 우리 자녀들이 치를 것이다.






최종학(44) 서울대 경영대학 학부?석사과정을 수석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회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학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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