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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나눔과 평등

중앙일보 2011.12.09 02:11 11면
이종진
‘백범사랑’ 사무국장(독자위원)
며칠 전 중학생 큰아들이 봉사점수를 받아야 한다며 어디론가 총총걸음으로 나서는 모습을 지켜보며 씁쓸한 생각이 가시질 않았다. 남을 위한 나눔 봉사를 어찌 점수로 숫자화 할 수 있을까?



하지만 한편으론 차라리 점수를 매길 수 있을 만큼 봉사를 하며 살고 있는 아들에 비하면 난 어떨까? 하는 참 미련한 생각이 들었다. 냉정히 말하자면 중학생 아들만도 못한 봉사점수 빵점을 면치 못할 것이다.



기껏해야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불우 이웃 돕기 프로그램을 보며 아이들 교육 차원에서 ARS누른다거나, 음성 꽃동네에 매월 담뱃값만큼의 후원을 하는 것 빼곤, 나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소외된 주변을 뒤 돌아 볼 기회를 저버리고 사는 건 아닌지 스스로 부끄럽고도 창피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 여름 필자가 속한 ‘백범사랑’이란 봉사단체에서 불우이웃돕기 자선바자회를 개최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수익금 자체를 전달 할 창구가 마땅치 않다는 핑계로 집행을 미루고 있다. 주민센터를 통해 전달할까? 아님 언론사를 통해 약간의 홍보도 하고 생색도 좀 내볼까 하는 속보이는 계산만 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과연 우리들은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필요로 하는 이웃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두고 살고 있을까? 웅장한 고층건물을 지으려 아우성 했을 뿐 그 건물 밑 그늘에 살고 있을 소외된 우리 이웃들을 생각 치 않은 것은 아닌지 한번쯤은 되짚고 넘어야 할 것 같다.



 오늘도 어김없이 각종 매체에선 글로벌 경제 위기니 신 자유주의 무역이니, 우리나라도 자유로 울 수 없다고 연일 떠들썩하다. 하지만 힘들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소외된 우리의 이웃들에게 과연 피부에 와 닿는 소리이긴 할까?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할 수 없다고 했지만 오로지 가난하단 이유로 무시당하고 사회로부터 점점 더 멀어진다면 언젠간 그 대가를 치를 날이 올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진정한 평등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했을 때 생긴다. 그리고 그것은 작은 것 즉 우리가 가진 꿈, 우리가 꾼 꿈을 소외된 이웃 누군가도 꿀 수 있다는 양보와 배려에서 시작된다.



 일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은 사람과 일하고 노력한 사람과 평등을 외치자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일한 사람들과 함께 작은 것을 나누자는 의미다.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연시는 다가오고 있다. 왠지 모를 축제 분위기에 들떠 술에 찌들어 흥청망청 돈과 시간을 버리는 낭비요소를 줄이고 술집이 아닌 소외된 이웃을 찾는다면 그 어느 해 보다 뜻 깊은 연말연시가 되질 않을까? 이젠 마음만이 아닌 실천이 필요할 때다.



이종진 ‘백범사랑’ 사무국장(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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