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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푸스 회계부정 2막…이번엔 경영권 쟁탈전

중앙일보 2011.12.09 00:45 종합 14면 지면보기
다카야마 사장(左), 우드퍼드 전 사장(右)
일본의 대표적 우량기업이던 올림푸스의 회계부정 사건 제2막이 올랐다. 내년 2월 주주총회에서 차기 사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위임장 쟁탈전’이다. 현 경영진을 포함한 ‘일본파’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선 안정적인 경영진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주주인 외국계 펀드 등 ‘해외파’는 “현 경영진의 부패를 뿌리뽑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며 마이클 우드퍼드(51) 전 사장의 복귀를 지지하고 있다.


내년 2월 주총 앞두고 일본파 vs 해외파 대립 격화

 기선 제압에 나선 쪽은 다카야마 슈이치(高山修一·61) 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 다카야마 사장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 임원 전원이 사태 수습 이후 적절한 시점에 물러나겠다”며 “회계 부정에 관여한 전·현직 임원 70명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 형사고발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제3자 위원회가 6일 제안한 내용을 전격 수용한 것이다.



 이처럼 현 경영진이 예상 밖의 고강도 대책을 내놓은 건 극도의 위기감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우드퍼드에게 회사 경영권이 넘어가고, 그 경우 그동안 자신들이 구축해온 92년 전통과 조직체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카야마 사장이 우드퍼드에 대해 “우리들이 하지 못했던 (문제점) 제기를 한 점은 평가하지만, 그는 독단적이고 전횡을 일삼았다”고 못박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현 경영진은 새로 생길 경영개혁위원회에 ‘인사안’을 올려 심의하게 할 방침이다.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외부 인사를 이사진에 앉히거나 일단 일괄사표를 낸 뒤 자신들의 재신임을 모색하겠다는 심산이다.



 우드퍼드는 발끈하고 있다. “부정을 고발한 나를 몰아내는 데 앞장섰던 경영진으로는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우드퍼드는 일단 올림푸스의 대주주인 외국계 펀드를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사우스이스턴 애셋 매니지먼트는 “새 경영진을 현 경영진이 제안하는 건 잘못됐다”며 우드퍼드의 손을 들어줬다. 영국의 투자펀드들도 “지금 난국을 해결할 이는 우드퍼드밖에 없다”고 거들고 나섰다. 하지만 외국인 지분율은 30%가량에 불과하다는 게 우드퍼드의 고민이다.



 관건은 약 5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일본 기관투자가들의 동향이다. 현재로선 일본의 보수적 금융기관들이 현 경영진의 편에 설 가능성이 크다. 일본 언론들도 올림푸스의 부정을 비난하면서도 은근히 현 경영진을 편드는 논조다.



 하지만 미쓰비시UFJ 그룹이나 니혼(日本)생명보험 등 대주주들이 최근 들어 올림푸스의 지분율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있는 것이 변수다. 이들이 시장에 내놓는 주식을 외국인과 개인투자자들이 사들이고 있다. 이 경우 우드퍼드에게는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올림푸스 회계부정 사건=지난 10월 14일 기쿠카와 쓰요시(菊川剛·70) 회장 휘하의 경영진이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영국 출신의 우드퍼드 사장을 해임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우드퍼드는 “회계부정을 기쿠카와 회장 등 이사진에게 캐묻자 나를 해임한 것”이라고 폭로하면서 사태는 반전됐다. 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올림푸스는 1999년께부터 주식투자 등에서 거액의 손실을 보고 이를 보전하기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하는 과정에서 유령업체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자문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려 온 게 들통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현재 일본에선 사외이사 선임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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