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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m 콘크리트 강화벽 드릴로 뚫자…살인·마약 악명 ‘뒤틀린 얼굴’ 백기

중앙일보 2011.12.09 00:43 종합 16면 지면보기
이탈리아 경찰이 7일(현지시간) 카사페세나에서 마피아 두목 미켈레 차가리아(53)를 체포한 뒤 그가 은신했던 지하 비밀벙커 주변을 조사하고 있다. [카사페세나 AP=연합뉴스]


이탈리아 경찰들은 7일(현지시간) 나폴리에서 북쪽으로 30㎞ 떨어진 카사페세나시에서 수상한 건물 주변을 파기 시작했다. 건물 지하에서 전동장치로 개폐되는 5m 두께의 콘크리트 강화벽이 드러났다. 50㎡ 규모의 비밀 벙커로 통하는 벽이었다. 경찰은 드릴로 벽을 뚫기 시작했다. 또 벙커에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는 장치를 발견해 전원을 차단했다. 벙커에 숨어 있던 마피아 두목은 이 장면을 CCTV(폐쇄회로TV)로 지켜봤다. 그는 체념한 듯 저항 없이 투항했다. “당신들이 이겼다. 정부가 이겼다.” 체포 작전을 지휘한 카텔로 마레스카 검사는 그에게 말했다. “다 끝났다.”

이탈리아 마피아 두목 체포 현장
2008년 궐석재판서 종신형



 이탈리아의 가장 악명 높은 마피아 조직의 두목 미켈레 차가리아(53)가 붙잡히는 순간을 AFP 등 외신은 이같이 전했다. 수배 16년 만의 검거였다. 세월은 어찌할 수 없었는지 종적을 감추기 전의 검은 머리카락은 회색으로 변해 있었다. 벙커는 예수상 등으로 장식돼 있었다.



 차가리아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위험한 수배자 11명 중 한 명이었다. 2008년 궐석 재판에서는 마약 밀매, 살인과 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별명은 얼굴의 좌우 균형이 맞지 않아 ‘뒤틀린 얼굴(twisted face)’.



 그가 이끄는 조직인 카살레시는 2006년 출간된 로베르토 사비아노(32)의 소설 『고모라(Gomorrah)』에 상세히 소개돼 있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작가인 사비아노는 마피아 조직의 살해 위협 탓에 24시간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다. 차가리아 체포 소식에 사비아노는 “오늘은 아주 좋은 날”이라며 “그러나 범죄조직과의 전쟁이 끝나려면 멀었다”고 말했다.



차가리아가 은신했던 지하 벙커로 통하는 입구. 이탈리아 현지 언론 나폴리투데이가 온라인 사이트에 게재한 사진이다. [카사페세나 AP=연합뉴스]
 안나마리아 칸셀리에리 내무장관은 “카살레시 조직뿐 아니라 상급 범죄조직 카모라 마피아 전체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쾌거”라고 말했다. 카모라 마피아는 나폴리 지역을 중심으로 마약, 위조상품 유통, 폐기물 처리, 건설 등으로 거액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일각에서는 차가리아 체포가 임기 중 ‘마피아 연루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퇴진에 따른 또 다른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탈리아 경찰은 차가리아를 카모라 마피아 조직의 핵심인물로 보고 그를 체포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이번 체포 작전에는 차가리아의 벙커를 수색한 50명을 포함해 경찰력 350명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체포 3시간 전부터 그가 카사페세나에 숨어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부근 수십 채 주택과 빌딩을 샅샅이 뒤졌다. 미디어 기업을 이끄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사업을 시작한 이래 마피아 두목에게 ‘보호금’ 명목으로 30년간 정기적으로 거액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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