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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짜장면 아저씨’ 당신이 희망입니다

중앙일보 2011.12.09 00:00 경제 12면 지면보기
권혁주
경제부문 기자
김정태(51)씨는 서울 창동 중식당 ‘상하이’의 사장님입니다. 본지 12월 5일자 E2면에 ‘세계 중국요리대회 메달리스트인데도 불황 때문에 손님이 뚝 끊겨 고생’이라 소개된,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그에겐 언제부턴가 별명이 하나 따라붙기 시작했습니다. ‘짜장면 아저씨’입니다. 한 달에 한두 차례 청소년 보호시설이나 노인복지관 같은 사회복지시설에서 무료로 짜장면을 나눠준다고 해서 붙은 별명입니다.



 김씨는 1997년 서울 도봉구에 처음 자신의 중식당을 냈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중식당 주인들이 만든 봉사 모임에 끼어 여기저기서 짜장면 급식을 했습니다. 그러던 게 아예 습관이 돼 버렸답니다. 식당이 자리를 잡고 여유가 생긴 뒤부터는 혼자 사회복지시설을 돌기 시작했습니다. 짜장 소스는 미리 준비해 가고, 면은 복지시설에서 삶아 즉석에서 따끈따근한 짜장면을 만들어 냅니다. 많을 땐 한 번에 700그릇까지 돌리기도 했답니다. 매번 자신의 돈 수십만원과 새벽부터 오후까지의 노동을 바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김씨가 얼마 전 고민을 했답니다. 경기가 얼어붙어 지난 9월부터 식당이 연속 적자를 내서입니다. 주변에선 “가게가 손해를 보는데 무슨 봉사냐”고 했습니다. 그래도 김씨는 봉사를 나갔습니다. 이유는 이랬습니다.



 “짜장면 드시는 표정이 눈앞에 아른거려요. ‘얼마 만에 먹어보는 건지 모르겠다. 정말 맛있고 고맙다’면서 저를 쳐다보던 그 눈빛이. 게다가 ‘어느 날 가겠다’고 약속했던 제가 안 가면 얼마나 상심하시겠습니까.”



 서울 청계천 광장시장에서 양복점을 하고 밤엔 대리운전을 하는 정종윤(57)씨도 그랬습니다. 그가 뜻이 맞는 베테랑 대리운전자들과 함께 초보 대리를 위한 교육을 한다는 얘기는 본지 12월 6일자 E2면에 나갔습니다. 길어야 하루 5시간밖에 못 자는 고단한 생활 속에서 짬을 내어 하는 봉사활동. 그래도 정씨는 “가르쳐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들으면 힘이 난다고 했습니다.



 사실 김씨와 정씨는 자신과 가족을 위해 뛰기만도 버거운 상황입니다. 그래도 ‘나눔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분들께 이렇게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우리 사회의 희망입니다. 불황을 이기고 더 찬란한 빛이 되어 주세요.”



권혁주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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