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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자선냄비 뚜껑 여니 … 억!

중앙일보 2011.12.07 00:47 종합 18면 지면보기
지난 4일 오후 5시20분 서울 명동 우리은행 앞 거리. 검정 재킷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50대 남성이 한국 구세군의 빨간색 자선냄비로 다가갔다. 흰색 봉투를 주머니에서 꺼내 냄비 안에 넣으면서 그는 작은 목소리로 “좋은 일에 써 주세요”라고 말했다. ‘딸랑 딸랑’ 종을 울리던 구세군 사관학생 문형기(32)씨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름 안 밝힌 50대 신사…1억1000만원 수표 넣고 사라져

 이날 오후 9시 구세군빌딩으로 돌아와 봉투 안의 내용물을 확인한 문씨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문씨는 “많아야 몇 천 만원일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하얀 봉투 안에는 1억1000만원짜리 수표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한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라는 자필 편지도 함께 있었다. 구세군 직원들은 다음 날 은행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수표의 진위를 확인했다. 수표는 진짜였다. 자선냄비 모금 역사 83년 만에 최고액이었다.



 구세군의 올해 모금 목표액은 45억원이다. 지난해 목표액은 42억원. 현금 33억5000만원과 현물 9억여원이 들어와 목표가 달성됐다. 구세군 홍봉식 홍보부장은 “1억원 기부 때문에 지난해보다 초기 모금 사정이 나아졌다” 고 말했다.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은 1908년 우리나라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수원역 자선냄비에서는 4500만원권 수표가 나왔고, 안양역 앞에서도 7년째 1000만원이 든 봉투가 접수되는 등 이름 없는 천사들의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시작된 자선냄비 모금 운동은 24일까지 전국 거리에서 진행된다. 구세군 박만희 사령관은 “삭막한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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