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 동네 이 사람] 모산초등학교 최명석 교사의 음악사랑

중앙일보 2011.12.06 04:05 2면
바쁜 교직생활 중에도 유명 오페라 무대에서 당당히 주연을 맡고 있는 교사가 있다. 아산 배방읍에 위치한 모산초등학교 최명석(47·사진) 교사. 그는 최근까지 국내 주요 오페라 공연을 200회 이상 치룬 실력파 뮤지션이기도 하다.


“교직생활과 오페라 두 마리 토끼 다 놓치기 싫었죠”

 “잠을 자면 꿈을 꿀 수 있지만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하잖아요. 제 꿈을 포기하지 않고 거침없이 달려온 것에 만족합니다.”



 오페라 리골렛또, 오텔로 솔뫼, 쟌니스키키 성웅 이순신 등 그의 화려한 프로필 뒤엔 꿈을 이해 노력한 삶의 흔적이 숨어 있다.



음악의 매력에 빠진 청년



그가 처음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1984년 초등교사를 꿈꾸며 공주교육대학교에 입학했다. 학교수업시간에 악기를 배우고 노래를 부르다 보니 그냥 음악이 좋아졌단다.



졸업 후 대기발령 당시에는 남은 시간을 활용해 음악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졌다. 그래서 지역에 있는 목원대학교 성악과에 재입학했다. 레슨이나 학원을 따로 다니진 않았다. 단지 학교에서 배운 발성법으로 집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렀다. 새벽에는 노래가 새나가지 않도록 이불을 덮어쓰고 연습을 하기도 했다.



 “막연히 음악에 대한 동경이 생겼어요.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몸에 전율이 흘렀죠. 교직생활과 음악 모두 포기하기 싫었어요.”



오페라 가수를 꿈꾸다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와 가정을 꾸린 그는 교직생활 7년째에 성악의 본고장 이탈리아로 유학을 결심하게 된다. 주변사람들의 반대가 극심했다. 하지만 음악을 배우면서 오페라의 가수의 꿈을 키운 그의 의지는 확고했다. 아내도 남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결국 함께 휴직을 하고 본격적인 유학 준비에 들어갔다. 형편이 안돼 전세금을 빼고 냉장고와 TV 등 모든 가전제품을 팔았다. 그리고 1997년 이탈리아 로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이디엠 국제 성악학교는 전세계에서 성악가를 꿈꾸는 학생들이 모인 곳이었다. 젊은 한국 학생도 많았다. 30대 중반이었던 최교사는 남들보다 돌아서 가는 듯했다.



 “처음 이탈리아에 갔을 때 젊은 친구들이 많았죠. 하지만 그들과 경쟁한다는 의식은 없었어요. 모든 건 제 자신과의 싸움이니까요.”



낯선 동양인이 선물한 ‘눈물’



타지생활이 안정될 때쯤 그에게도 한 차례 위기가 왔다. 한국에서 터진 외환위기 IMF 때문이었다. 환율이 급등하자 짐을 싸서 고국으로 돌아가는 한국학생들이 늘었다. 최 교사도 형편상 부인과 자녀들을 고국으로 떠나 보내야 했다. 그나마 기댈 수 있었던 가족들을 보내니 외로움이 시작됐다.



 “부인과 아이들을 보내고 난 뒤 매일같이 꿈을 꿨어요. 아빠를 보고 싶다는 아이들의 아우성과 고국에서 힘들어 하는 아내가 눈에 아른거렸죠.”



 최 교사는 그럴수록 이를 악 물었다. 지금 포기한다면 그동안 노력했던 자신의 꿈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었다. 열심히 노력한 만큼 성과는 있었다. 동양인이 오르기 쉽지 않다는 로마 떼아뜨로 기오네 공연장에서 열린 콩쿨대회에 참석하게 됐고 우수한 성적으로 상금도 탔다.



 그 뒤 시에나, 피렌체 등에서 열린 각종 콩쿨대회에 참가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한 몫 했다.



 “한 이태리 노부부가 공연이 끝나고 제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저 역시 고마움에 눈물이 났죠.”



 문화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위해



3년간 성악학교를 수료한 최 교사는 한국으로 돌아와 이듬해 다시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3년간 타지생활을 하며 음악을 배웠고 여러 경험을 쌓은 최교사에게 교직생활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공부만을 강요하는 것보다 자신의 꿈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해요. 남들이 쉽게 가지 않는 길이라고 해서 겁낼 필요도 없습니다. 꿈을 향해 달리다 보면 그 꿈을 그릴 수 있다는 걸 아이들에게 먼저 알려주고 싶었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이외에도 최 교사는 현재 지역 오페라단 소속으로 국내외 유명공연의 주연을 맡아 끊임없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천안시청 봉서홀, 세종문화회관, 서울예술의전당 등 그의 목소리를 원하는 모든 곳에서 공연을 선보인다.



 “전국을 돌면서 공연을 하면 피곤하기도 하지만 행복한 관객들의 모습을 보면 힘이 절로 나죠.”



 2007년부터 현재까지 몸담고 있는 모산초등학교에서는 매년 ‘달빛 음악회’를 운영하고 있다. 최 교사가 합창단 지휘를 맡고 학부모와 교사 아이들을 모아 합창단을 구성했다. 지역에 있는 모든 이웃들에게 음악을 선물하겠다는 의지였다.



 “요즘에는 상업적 문화공연만 인기를 얻는 점이 안타까웠어요. 제가 달빛 음악회를 만든 이유는 순수 문화공연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기 위함이에요. 앞으로도 문화적으로 소외된 아산지역 이웃들이 음악을 좋아할 수 있도록 계속 이끌어 나갈 계획입니다.”



글·사진=조영민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