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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은행채 주목하라 … 연 10%짜리 쏟아진다

중앙일보 2011.12.06 04:00 Week& 4면 지면보기
역동적 투자시장에서 신중론자는 별종 취급을 받는다. 임태섭(48) 골드만삭스자산운용 대표는 그런 의미에서 별종이다. 내년 투자 시장에 대해 예상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꼼꼼히 준비한 데이터로 대신했다. ‘데이터 없이는 어떤 진단도 예측도 없다’는 고집으로 읽혔다. 그는 국내 자산운용 시장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외국계 자산운용시장분석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지난 5월 코스피지수가 2200선을 넘어서자 많은 전문가가 ‘2500도 간다’고 외칠 때 외롭게 신중론을 폈던 것도 데이터에 기반한 치밀한 분석력 덕분이었다. 지난달 25일 중앙일보와 JTBC 기자들의 연구모임인 ‘자산시장연구회’가 임 대표를 초청해 내년 자산 및 투자 시장을 예상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는 “앞으로 6개월 정도는 주식시장에서 돈 벌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태섭 골드만삭스자산운용 대표, 중앙일보·JTBC 자산시장연구회 강연

글=김수연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세계 경기부터 진단해 보자.



 “일단 펀더멘털(경제 기초여건)이 나쁘다. 속도차가 있을 뿐 미국·유럽·신흥국가에서 경기 둔화가 동시 진행되고 있다. 여러 분석보고서에서 미국의 내년 1분기 성장률이 1%에도 못미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 정도면 자산운용 시장에서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여긴다. 유럽은 이미 침체에 진입했다. 중국이 경기부양 여부를 결정할 텐데, 그래도 성장 속도는 둔화될 것이다. 아직 주식 같은 위험자산을 사기엔 이른 이유다. 작은 뉴스에도 일희일비하는 장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 같다.”



 -그럼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



 “신흥시장의 성장 스토리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원자재가 우선 투자대상이다. 내년 말까지 서부텍사스유(WTI) 기준 유가가 40~50%는 오를 수 있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유가는 수요에 의한(demand driven) 가격 상승을 피할 수 없다. 투자자는 원유 ETF(상장지수펀드), 원자재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 등을 사면 된다.



 금도 괜찮다. 미국이 경기침체에 대응해 3차 양적완화를 시행한다면 실질금리는 더 떨어지고, 그 반사효과로 금값이 오를 공산이 크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사 모으고 있는 것도 금값을 올리는 요인이다.



 신흥시장 국채도 좋다. 브라질 국채가 인기지만 거품이 한순간에 꺼질 위험이 따른다. 인도네시아와 호주 등의 국채가 좋아 보인다. 이런 국채를 담은 채권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달러로 발행한 해당국 채권을 사고, 현지통화 파생상품으로 환 변동 위험을 회피하는 구조다.”



 -더 높은 수익을 원한다면.



 “위험을 안고 단기에 큰돈을 벌 기회가 곧 올 것 같다. 바로 유럽 은행채다. 돈줄이 마른 유럽 은행들이 곧 채권을 찍어 자금을 조달할 것이다. 일단 급하니까 연 10% 이상의 금리로 20~30년 만기 장기채를 조기 상환 옵션을 달아 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사태가 진정돼 금리가 정상으로 돌아올 때 되판다면 20~30%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유럽 은행이 망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서인데, 그럴 은행을 고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본다. 특수 상황이 낳은 유럽은행 하이일드(고위험 고수익) 채권인 셈이다. 다만 국내 개인이 직접 유럽 은행채를 매매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런 채권을 사서 묶는 펀드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내년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낙관하기 힘들다. 글로벌 경기 하강으로 수출 대기업들이 애로를 겪을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내수다. 자영업자들이 한계에 내몰리고 서비스업은 위축될 것이다. 일자리 부족과 이자부담에 시달리는 가계는 소비를 줄일 것이다. 거시경제를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건 정부가 고환율 정책을 너무 오래 끌고 왔다는 사실이다. 적절한 시점에 환율이 떨어지도록 시장에 맡겨 내수가 클 여건을 만들어줘야 했다. 기회는 떠난 것 같다. 지금 한국의 내수는 2008년 리먼 위기 때보다 더 취약하다.”



 -유럽 상황은 언제쯤 호전될 것으로 보나.



 “열쇠를 쥔 독일은 유사 연방제를 주장하며 ‘균형재정’을 일종의 헌법조항처럼 만들려 한다. 그러면 재정지출을 늘릴 수 없으니 유럽 경기는 더 위축된다. 유럽중앙은행은 돈을 더 찍어야 한다. 그러면 유로화 약세를 피할 수 없다. 이런 과정 중에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내년 상반기가 고비라고 본다. 이탈리아가 국채를 7%대 금리로 차환발행 하면서 계속 견딜 수는 없다. 사태가 심각해지면 결국 모종의 수습책이 나오게 될 것이다.”



 -터널의 끝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부터 3년 뒤를 상상해 보자. 중앙은행들의 유동성 공급으로 돈은 엄청나게 깔려 있다. 이 돈들이 결국 높은 성장률과 금리를 찾아 돌기 시작할 것이다. 그곳이 바로 성장시장이다. 장기적으로 브릭스 시장이 다시 각광받게 될 것이다. 한국도 성장시장의 한 축이다. 2040년까지 성장시장 쪽에 서야 한다는 게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시각이다.”



◆임태섭 대표=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을 거쳐 2001년부터 7년간 골드만삭스증권 리서치부문 대표로 일했다. 2008년 ‘소페아’라는 헤지펀드를 만들어 펀드매니저로 변신했다가 2010년 골드만삭스자산운용 공동대표로 돌아왔다.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에머리대에서 경영학석사(MBA),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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