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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가 돈 벌어주는 물가연동채 … 물가 3% 오르면 연 수익률 6%

중앙일보 2011.12.06 04:00 Week& 2면 지면보기
국민연금이나 보험사 같은 ‘큰손’은 가진 돈의 대부분을 채권에 투자한다. 주식투자는 일부일 뿐이다. 채권은 이자를 얼마 줄지 미리 정해놓고 만기가 되면 처음 약속대로 원금을 고스란히 돌려주기 때문이다. 물론 그 회사가 부도가 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자고 나면 값이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주식과는 다르다. 주식을 ‘위험자산’이라고 하고 채권을 ‘안전자산’으로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제 채권은 더 이상 기관투자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채권이 많아졌다. 시장은 넓고 투자할 채권은 많다. 위험 ‘제로’인 국채부터, 단기에 수십%의 수익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위험충만 정크본드(투기등급채권)까지, 입맛 따라 골라먹을 수 있는 채권 투자의 세계로 안내한다. 직접투자가 어렵다면? 소개된 채권들을 대신 바구니에 담아주는 계좌형(어카운트) 상품이나 채권펀드를 택하면 된다.


위험성·수익성 천차만별 … 채권 투자의 세계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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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연동채



물가연동 수익은 세금 없어

물가 하락 땐 채권값 떨어져




은행 예금금리보다는 수익률이 높았으면 좋겠고, 그만큼 안전해야 하며, 최소한 인플레이션은 따라잡고 싶다면 물가연동채가 답이다. 국채이므로 무위험에 요즘 물가상승률 기준으로 예금보다 금리가 높다. 표면이자와는 별도로 원금이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늘어나는 채권이다. 찾는 이가 없어 한때 발행이 중단되기도 했던 이 채권은 최근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며 자산가들 사이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자산가들이 물가연동채를 좋아하는 이유가 또 있다. 낮은 표면금리에만 세금이 매겨지고 물가상승으로 원금이 늘어나는 몫에는 과세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되는 이들에게 절세 효과가 높다. 올 6월 발행된 ‘물가 11-4’는 표면금리 1.5%에 10년 만기, 6개월마다 이자가 지급된다. 김광조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가격 변동이 심한 채권이므로 얼마에 매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매수가격(수익률)이 0.8% 이상이면 물가상승률을 3%로 가정할 때 은행예금금리 환산 6%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11월 29일 현재 ‘물가 11-4’의 매수가격은 0.9%다. 다만 앞으로 5년 뒤 물가가 오를지 내릴지는 누구도 정확히 맞히기 힘들고, 그 때문에 위험한 채권이기도 하다. 만약 물가가 하락한다면 채권값은 뚝 떨어지는 구조다.



공사채·은행채



시중은행 계열사 후순위채

안정성 높고 수익도 많아




 국고채 다음으로 안전한 대상을 찾는다면 공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이나 지방개발채권, 토지보상채권 등이 맞춤하다. 또 신용도 높은 은행이 발행하는 채권도 이와 비슷한 위험도와 금리 수준에 든다. 택지개발사업 등으로 수용되는 토지에 대한 3년 만기 보상채권은 표면금리 4%대고, 5년짜리 LH공사채는 4%대 후반이다. LH공사 자체는 재무구조가 극히 부실하지만 정부가 사실상 상환을 보증한다. 이 때문에 신용등급이 AAA로 매우 높고, 여기서 발행한 채권도 사실상 국채만큼 안전하다.



 안전성을 우선시하면서도 그 범주 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를 찾는 이들은 다른 방식으로 채권을 고르기도 한다. 은행채를 택하는 대신 은행 계열 캐피털 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찾거나, 은행채 중에서도 후순위채만 골라내는 것이다. 모두 사실상 은행만큼 안전하지만 업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또는 후순위라는 이유로 금리를 더 준다.



 이런 안정성 높은 채권들은 대부분 증권사 창구를 직접 찾아가 거래해야 한다. 홈트레이딩시스템에서 매매되지 않거나 거래량이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지점에 따라, 증권사에 따라 원하는 채권을 취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 채권을 사는 것은 부동산을 사는 것과 비슷해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야 한다.



글로벌 국채



브라질 국채 금리 10%대

환율 변동 위험은 경계해야




 해외 국채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크게 늘었다.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이 경기침체를 겪는 데 반해 신흥시장 경제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성장률이 높은 만큼 이들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의 금리도 높다. 아시아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브라질채권은 국내 투자자들에게 해외 국채 투자에 눈을 뜨게 한 상품이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두 회사가 올해만 1조2000억원어치를 팔았다. 표면금리가 연 10% 안팎으로 높고, 이자소득에 대해 세금이 붙지 않는 게 매력이다. 하지만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의 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된다. 또 최근 브라질 경제가 거품이 많이 낀 상태여서 한꺼번에 꺼질 가능성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1월 16일까지 300일 동안 브라질국채 특정금전신탁에 투자했다면 이 기간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 2.65%를 빼고도 수익률이 10.82%다.



 요즘은 인도네시아 채권과 호주지방정부채도 주목을 받는다. 두 채권 모두 표면금리는 4.5% 안팎이다. 호주채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으면서도 신흥시장국 채권에 투자 포트폴리오가 편중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는 대안이다. 또 환율 변동에 따른 추가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달러와 유로가 약세인 반면, 성장성이 여전한 아시아 국가는 장기적으로 강세가 예상된다.



우량 회사채



신용등급 AA- 건설사 보증

자산유동화증권 연 5~6% 수익




 국채나 은행채만큼 안전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튼튼한 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 중 금리가 높은 게 종종 있다. 겉으로는 다소 위험해 보이는데 내용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안심해도 무리가 없는 채권들이다. 지난해와 올해 삼성물산· 대림산업이 발행한 ABS(자산유동화증권)가 대표적이다. 서울 재개발 아파트 사업장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채권을 유동화한 것으로, 상당히 진척된 사업장인 데다 신용등급 ‘AA-’인 우량 건설사가 지급을 보증해 매우 안전하다. 수익률은 연 5~6% 정도다. 건설업 불황이 길어지면서 건설사가 찍은 채권은 찬밥 취급을 받지만 이런 ABS는 ‘군계일학’에 속한다. 보증이 없는 비우량 건설사의 ABCP(자산담보부 기업어음)와는 딴판이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중위험-중수익’ 범주에서 동부제철 회사채를 추천했다. 지난해 발행된 ‘동부제철 114’의 경우 신용등급 BBB, 표면금리가 10.46%나 된다. 만기가 짧고(2012년) 금리가 높은 데 반해 위험은 감내할 만한 수준이어서 고금리를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이 회사가 올해 발행한 채권도 금리가 8%를 넘는다. 그룹 계열사의 반도체사업 적자로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까지 덩달아 기업 가치가 할인되면서 고금리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주식연계·하이일드채권



수익 큰 만큼 위험도 커

기업 상황 꼼꼼히 따져야




 주식연계채권은 거래가 간편해 개인투자자에게 맞춤하다. 홈트레이딩시스템으로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다. 정해진 값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전환사채(CB), 새 주식을 미리 약속한 가격에 사들일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이다. 이자를 받지만 발행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권리만 따로 떼 거래되기도 한다.



 두산건설이 올 5월 발행한 전환사채는 표면이자 연 4.0%에 만기보장수익률 7.5%다. 연 4%로 계산해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하지만 만기엔 연 3.5%의 금리를 추가로 주는 형태다. 다만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가액은 5000원으로 최근 주가(3000원)보다 높다. CB나 BW는 한계기업들이 상장 폐지 등을 면하기 위해 마구 찍는 경우도 적지 않아 꼼꼼하게 따져 투자해야 한다.



 신용등급 BB+ 아래인 투기등급 채권에 투자하는 개인도 적지 않다. 표면금리는 물론이고, 채권값 오르내림에 따라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다. 20~100%의 수익률을 노리는 고위험·고수익 투자다. 과거 금호산업, 현대건설(CB) 등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기업 채권으로 대박이 났던 게 이런 사례다. 요즘 투자 가능한 하이일드채로는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대한전선 계열사 ‘남광토건 77회’ 역시 대한전선 계열 ‘옵토매직5’ 등이다. 하지만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만큼 위험이 높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올 초 LIG건설 CP(기업어음) 사태에서 보듯 부도 직전 기업이 채권을 대량 발행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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